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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호 속 '전수방위' 족쇄 푸는 日…대만전쟁시 개입 가능성도

['평화헌법 9조 개헌' 논의 본격화]

'미국과 동맹' 이용 군사력 키워 올 국방 예산 6조엔 돌파

  기시다 "적기지 타격 가능하게" 1,000㎞ 미사일 개발 추진

  글로벌 안보환경 틈 타…아베 이어 '전쟁 가능 국가' 표명

지난달 2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육상자위대의 아사카 주둔지에서 병력을 사열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AP연합뉴스




최근 일본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6일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이 공격받은 경우에만 방위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전수방위(專守防衛)’ 방침의 폐기 수순에 착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사거리를 10배 늘린 1,000㎞ 미사일 개발 추진, 올해 국방비 첫 6조 엔 돌파 등의 조치에 이은 것이다.

일본의 이런 군사력 강화 움직임은 대외 환경 변화와 맞물려 돌아간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 갈등, 중국과 대만 사이에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 등은 미국의 대리 국가로서 일본의 군사적 활동 반경을 최대치로 늘리는 모멘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일본이 자위대에 묶인 족쇄를 풀고 사실상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일본 총리는 임시국회의 소신 표명 연설을 통해 “적 기지 공격 능력까지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국가안전보장전략’과 ‘방위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을 “대략 1년에 걸쳐 책정하겠다”고 말했다. ‘공격을 받은 경우에만 방위력을 행사하겠다’는 전수방위 원칙을 뛰어넘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족쇄를 없앨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특히 안보 분야 주요 과제로서 국가안보전략, 방위 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3개의 전략 문서 내용을 개정해 향후 1년 안에 새 안보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일본 안보 정책의 기본 지침을 담은 현행 국가 안보 전략은 2차 아베 신조 내각 시절인 지난 2013년 12월 처음 작성됐다. 방위대강과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의 경우는 각각 2018년 12월 결정된 내용이다. 기시다 총리가 바뀐 안보 환경에 맞춰 일본의 군사적 역할론을 새롭게 정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일본 방위력 확대를 주장하고 나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의 수장인 데다 자민당과 극우정당 유신회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높아 현행보다 강력한 군사력을 표방하는 신(新)국방 정책 입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일본이 군사력 강화를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그 배후에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용인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도 일본 정부가 유일한 동맹국으로 규정하는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른 시일 안에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일미(미일) 동맹의 억지력과 대응 능력을 한층 높이겠다”며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주장해야 할것은 주장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편성 중인 추가경정예산안에 대중 군사 견제 목적으로 방위비 7,700억 엔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일본의 국방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6조 엔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주일 미군기지 분담금도 전년보다 약 500억 엔 증액할 계획이다. 아울러 일본 방위성은 중국의 위협에 대한 ‘억지력 강화’를 이유로 순항미사일 ‘12식 지대함유도탄’ 사거리를 1,000㎞로 개발해 2020년대 후반까지 함정과 전투기에 배치할 방침이다.

이미 일본 정가에서는 ‘헌법 9조’ 개헌 추진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다. 헌법 9조는 국제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쟁이나 무력 행사 등을 영원히 포기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육해공군이나 여타 전력을 보유할 수 없다. 하지만 이날 기시다 총리는 “개헌과 관련, 여야의 틀을 넘어 국회에서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현행 헌법이 현시대에 적합한 것인지 국민 논의를 환기해 나가자”고 개정을 공식화했다. 방위 조직으로 규정된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해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최근 아베 전 총리가 “대만의 유사 사태는 일본과 미국의 유사 사태”라며 양안 간 전쟁이 발생할 경우 일본이 개입할 것임을 시사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자민당은 그동안 자위대의 근거 규정을 헌법에 명기하자는 개헌안을 제안해왔다. 일본의 양원제 구조에 따라 헌법개정안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발의된다. 현재 중의원은 자민당 의석수 265석에 우파 정당인 일본유신회 41석, 국민민주당 11석을 더하면 총 317석으로 개헌 발의에 필요한 의석을 넘는다. 다만 참의원은 자민당·유신회·국민민주당을 합쳐도 150석에 불과해 공명당(28석)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개헌 발의를 위한 164석에 못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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