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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국민은 복잡한 제도를 싫어한다

이경권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이경권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




현행 의료법에서는 기본적으로 진료 환자를 기준으로 의료 기관을 분류한다. 의원급 의료 기관은 외래 환자를, 병원급 의료 기관은 장기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위주로 진료한다. 상급 종합병원은 전문적인 의료 행위가 필요한 중증 환자가 주요 진료 대상이다. 다른 기준으로는 병상 수가 있다. 의원급 의료 기관은 29병상 이하, 병원급 의료 기관은 30병상부터 99병상까지, 종합병원은 100병상 이상을 갖춰야 한다. 또한 진료 과목과 전속 전문의라는 기준도 존재한다. 종합병원이 되려면 100병상부터 300병상 이하인 경우 7개 이상의 진료 과목과 전속 전문의를, 300병상을 초과하는 경우 9개 이상의 진료 과목과 전속 전문의를, 상급 종합병원은 20개 이상의 진료 과목과 전속 전문의를 두어야 한다. 종합하면 상급 종합병원, 이른바 대학병원이 되려면 중증 환자의 치료를 주로 하는 100개 이상의 병상과 20개 이상의 진료 과목 및 전속 전문의를 갖춰야 한다. 여기에 간호사 수와 시설은 별도 기준이 있다. 또 요양병원과 전문병원에는 별도의 기준이 요구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료 기관의 종별에 따라 공단 부담금을 차등화해 지급하고 있다. 의료 전달 체계라는 좋은 명분 아래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종별 분류의 원래 목적에 따라 잘 운영되고 있을까. 늘 문제가 되는 것은 상급 종합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다. 제도의 설계대로라면 경증 환자는 상급 종합병원에서 진료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막기 위해 100여 개 경증 질환에 해당함에도 상급 종합병원에서 진료할 경우 재진부터 본인 부담률을 높이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약제비는 적용되지 않고 제외 대상 환자가 있는 등 복잡하다. 전문가라 자칭하는 필자도 다 이해하지 못하는데 국민들이 이런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약가 제도도 마찬가지다. 신약에 대한 약가, 복제약에 대한 약가, 퇴장방지의약품에 대한 약가 등이 따로 존재한다. 장담컨대 약가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자주 바뀌기도 한다.



왜 정부 정책이나 제도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울까. 범인은 관료주의다. 국민들이 어려운 정책이나 제도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정책을 만들거나 집행하는 관료들은 제도를 복잡하게 만든다. 자신들의 권한과 재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복지 혜택의 대상을 선별하는 방법도 복잡하고,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선정 절차도 복잡하다.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연금 신청을 해보라. 박사 학위 소지자도 제대로 하기 쉽지 않다. 관료들의 이런 습성에 제동을 걸어야 할 국회가 오히려 관료 집단에 포섭당하고 있으니 해결이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관료 출신 국회의원이 복잡한 정책이나 제도 만들기에 앞장서는 경우도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이나 제도를 세금으로 생활하는 관료들이 만들고 있는 요지경 세상이다. 정말 자신들을 공복(公僕)이라 생각한다면 이런 태도를 바꿔야 한다. 헌법 제1조 제2항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규정돼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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