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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칼럼] 한중수교 30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인, 중국에 대한 비호감 높지만

中, 美와 갈등에 한중관계 격상 바라

한한령 해제 등 유화적 조치도 취해

사안 쪼개 결합하는 외교 지혜 필요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부정적 인식이 한중 관계 발전에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인의 약 80%가 중국에 호감이 없다.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중국 전문가들의 대중국 평점도 10점 만점에 5.6점에 불과하다. 더구나 한국 청년 세대의 중국 비호감도가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다는 점에서 미래 전망도 어둡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이른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이 기폭제가 됐고, 중국이 사회주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한중 간 ‘가치의 거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또 경제적으로도 보완성보다는 경쟁성이 강해지면서 중국 시장에서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고, 김치·한복, 한국전쟁 영화 등의 소재가 나타날 때마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 기억을 끌어올리는 ‘끌올문화’가 자리 잡았다. 여기에 진영으로 갈라진 정치권은 중국 이슈를 정치화하고, 여야 대선 후보들도 혹여 ‘친중’으로 비칠까 메시지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한중 관계에 새로운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상호 지원의 성과가 있었고, 요소수 부족 사태에도 중국이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 또한 내년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한중 관계 발전 방안을 찾고 있다. 이미 한국과 중국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에서 공동 보고서를 채택해 양국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달 초 한중 외교안보 고위급 회담이 베이징에서 개최된 데 이어 한류를 규제했던 ‘한한령’ 6년 만에 ‘오! 문희’라는 한국 영화가 중국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얼마 전 온라인 국제 학술회의에 참석한 중국의 전문가는 한중 화상 정상회의 가능성도 귀띔해줬다. 중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주석의 답방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한중 관계의 변화는 심화된 미중 전략 경쟁의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은 우호국을 동원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한 데 이어 민주주의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다층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시진핑 체제의 정당성을 높일 수 있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중국 인권 문제를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반도에서도 역사 문제로 교착 상태인 한일 관계를 중재해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역할 공간을 줄이고자 한다.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대중국 봉쇄를 위해 필요하다면 핵 국가인 북한을 포섭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편 중국도 2017년에 한국과 협의한 ‘사드 추가 배치, 동북아 미사일 방어체계, 한미일 안보 협력 반대’ 기조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한중 관계를 격상해 한미 동맹의 발전을 상쇄시키고자 한다. 중국은 사드 보복을 통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었지만 오히려 중국의 거친 외교에 대해 한국인의 반감을 증폭시켜 결과적으로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를 학습한 중국으로서는 미중 전략 경쟁, 중국과 일본, 중국과 호주의 갈등에 이어 한국과의 전선이 확대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자 할 것이다. 슬며시 한한령을 해제하고, 한국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에 호응하는 등 유화적 조치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이야말로 선진국 정체성에 부합하는 한중 관계 준칙을 마련할 때다. 그렇다고 해서 한중 협력으로 북한의 체제 전환을 도모하고 한미 동맹의 틀 속에 중국을 묶어둬야 한다는 익숙한 해법, 그리고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감정 외교는 금물이다. 왜냐하면 중국에 대한 한미의 위협 인식이 다르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예민해진 한반도 평화 관리 국면에 중국 역할론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반대하는 등 최대한 사안을 잘게 쪼개 결합하는 외교적 지혜가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다른 국가가 우리를 함부로 다룰 수 없는 필수 국가가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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