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광전극에 햇빛을 쪼여 친환경적으로 과산화수소를 만드는 기술을 새로 개발했다. 복잡한 화학 공정 대신 식물이 광합성을 하듯이 광전극이 과산화수소를 합성하는 식이다. 공업 원료인 과산화수소는 수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 자원으로 꼽힌다.
UNIST(총장 이용훈)는 장지욱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팀이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과산화수소 생산 광전극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태양에너지를 받아 물 속에서 환원된 산소가 물과 반응해 과산화수소가 되는 원리다.
이 시스템은 세계 최고의 태양광 과산화수소 전환 효율을 기록했고 물에 약한 페로브스카이트를 썼지만 내구성도 좋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외부 전압 없이도 자체적으로 과산화수소 생산 반응을 할 수 있다. 광전극과 전압 균형을 맞추기 위해 물 산화 촉매를 산소 환원 촉매와 함께 사용한 덕분이다. 태양광을 과산화수소로 바꾸는 효율도 최대 1.46%를 기록했다. 이는 자연 광합성의 일반적 효율인 1%를 넘어선 것이다. 시스템의 산소 환원 촉매를 질소 환원 촉매나 이산화탄소 환원 촉매로 바꾸면 암모니아를 포함한 다양한 고부가 가치 물질 생산에도 쓸 수 있다.
그동안에는 과산화수소를 대량 합성하는 공정이 복잡하고 귀금속과 유기물질을 사용해 비용도 많이 들고 안전 문제가 있었다. 대안으로 인공 광합성 기술의 하나인 광전극 과산화수소 생산법이 주목받고 있으나 광흡수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오래 쓸 수 있는 광전극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
장 교수팀은 페로브스카이트를 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금속을 이용해 성능과 내구성을 갖춘 광전극 시스템을 개발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잘 흡수해 전하를 많이 만드는 장점이 있지만 물에 쉽게 분해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액체 상태의 금속(필즈금속)으로 페로브스카이트, 시트 형태 산소 환원 촉매 등을 같이 둘러싼 뒤 이를 다시 굳히는 방식으로 광전극을 만들었다. 금 등의 금속은 수백도 이상의 고온에서 녹지만 필즈금속은 녹는 온도가 63도로 매우 낮아 이런 설계가 가능했다.
이 금속은 페로브스카이트가 물과 직접 접촉하는 것을 막고 페로브스카이트와 산소 환원 촉매 사이를 단단하게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본래 전기(전하)가 잘 통하는 금속의 특성으로 페로브스카이트가 빛을 받아 만든 전하가 전극 표면에 노출된 산소 환원 촉매에 잘 전달된다.
장 교수는 “성능이 뛰어나지만 물에 취약한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광 촉매의 불안정성을 대폭 개선했다”며 “개발한 기술은 과산화수소를 비롯한 암모니아·수소 등 다양한 친환경 연료를 만드는 인공 광합성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라슈미 메로트라, 오동락 석·박사 통합과정생이 공동 1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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