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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자는 투기하면서 국민은 못하게 한 위선이 집값 폭등 불러” [청론직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물량 없는 상황서 임대차3법 무리한 시행 탓 ‘전세대란’

“금리 오르면 집값 하락”…주택산업硏 상승 전망과 달라

여야 후보 ‘250만호 주택 공급’ 터무니없어, 국민 현혹

살던 곳에 계속 살 수 있게 해야…‘공공리츠’ 검토 필요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15일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국민에게는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들은 그렇게 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위선이 집값 폭등의 최대 원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폭등하던 집값이 주춤하고 있다. 재차 상승을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것인지, 아니면 하락세로 방향을 트는 조짐인지 예단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지난 4년 동안 많은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집값 급등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도시및지역계획·도시사회혁신 전공 교수는 1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에게는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들은 그렇게 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위선이 집값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내놓은 ‘250만 가구 주택 공급 계획’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약속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정말 많이 올랐다.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인가.

△시기를 구분해야 한다. 2017~2018년은 주택 공급량이 부족했다. 소득은 2008~2018년에 50% 올랐다. 소득이 오른 만큼 사람들은 양질의 주택을 찾았다. 신축 아파트 프리미엄이 계속 올라간 이유다. 신축과 구축 아파트 간의 가격 차이가 과거 20%였다면 지금은 40%로 벌어졌다. 양질의 주택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은 부족했으니 주택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2019~2020년에는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집값이 올랐다. 임대차 3법의 역효과도 컸다.

-금리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큰가.

△엄청 크다. 금리가 내리면 집값은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집값은 내린다. 최근 금리가 올랐는데도 집값이 내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반드시 움직인다. 미국은 내년 상반기 중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끝내고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다. 2.5%까지는 갈 것이다. 미국 금리와 연동되는 우리나라는 기준금리를 이보다 더 높여야 한다. 현재 1.0%인 기준금리가 2023년까지 2.5~3.0% 정도 갈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 이후 집값은 하락할 수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정부의 주택 공급 및 수요 예측 실패 등의 영향으로 내년에도 주택 매매가격이 2.5%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 교수는 저서 ‘부동산 트렌드 2022’를 통해 내년 서울 집값이 17%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집값 하락을 예측한 것은 금리 때문인가.

△기준금리를 1.5%로 잡았을 때 서울 노도성(노원·도봉·성북구)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집값이 10~17% 내린다. 기준금리가 그 이상으로 오르면 더 떨어질 수 있다.

-집값이 그 정도로 하락하면 문제가 될 것 같다.

△문제가 된다. 정부는 15억 원 초과 아파트의 대출을 막았다. 부자들은 이 아파트를 현금으로 샀으니 집값이 내려가도 견딜 수 있다. 대출을 안고 집을 산 서민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노도성의 아파트 가격은 벌써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 원래 경기가 나쁘면 집값이 하락하는데 이때 고가 주택이 먼저, 그리고 더 많이 빠진다. 지금은 저가 주택부터 빠지고 있어 더 염려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탓이 큰가.

△6억 원짜리 주택의 경우 대개 주택담보대출로 3억 원, 신용대출로 부부가 1억 원씩 조달하고 자기 돈 1억 원을 합쳐 산다. 가격이 10%만 떨어져도 자기 돈 1억 원이 4,000만 원으로 쪼그라드는 셈이다. 여기에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 감당하기 어렵다.

-지난해 7월 말부터 시행된 임대차 3법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줬나.

△정부가 임대차법으로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하니 집주인들이 처음 전세 계약을 할 때 무조건 많이 올렸다. 전세 가격이 오르니 사람들은 집을 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집값이 비싸니까 그나마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는 ‘노도성’ 지역을 찾았고 이어 그보다 싼 경기도 주택과 서울의 다가구·다세대주택에까지 몰려갔다. 원래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가격은 하락하거나 정체해야 하는데 전세와 매매가 동반 폭등했다. 임대차법을 도입한 시기가 좋지 않았다. 전세는 무조건 물량과의 싸움이다. 서울 송파의 헬리오시티에서 1만 가구가 풀린 2019년 초에 도입했다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가장 큰 잘못은 위정자의 위선이다. 국민들에게는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봐라. 그는 충북 청주와 서울 반포에 집을 갖고 있었다. 본인이 공직자라면 당연히 반포 집을 팔아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양도소득세가 아주 많이 나올 것 같으니까 청주 집을 팔았다. 그다음 반포 집을 팔았으니 양도세는 거의 내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게 집을 소유하지 말라고 하는 정부는 이 세상에 없다. 정부라면 사회적 약자도 주택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현 정부는 사회적 약자가 집을 사지 못하도록 대출을 죄었다. 그게 미국이 1950년대에 했던 일이다. 당시 미국의 모기지 대출은 원금 균등 상환이었다. 이 방식은 대출 초기에 갚아야 하는 부담이 커서 부자들만 모기지를 이용했다.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인식하고 원리금 균등 상환으로 바꿨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대량 공급에 방점이 찍혀 있다. 두 후보 모두 주택 2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얘기하는데 가능한 목표인가.

△노태우 정부 때 200만 가구 건설을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100만 가구를 공급했고 수도권에는 40만 가구 공급에 그쳤다. 그나마 당시에는 그린벨트를 없애고 그 자리에 집을 지었다. 지금 두 후보가 집을 짓겠다는 곳이 그린벨트는 아니다. 도심 재개발을 얘기하는데 그동안 익히 봐온 것처럼 주민 동의부터 받기가 쉽지 않다. 어떤 계산으로 250만 가구가 나왔는지 모르지만 터무니없다. 숫자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얘기를 하면 좋겠다.

-공급과 더불어 중요한 게 부동산 세금이다. 이 후보가 주장하는 국토보유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토보유세는 토지에 과세한다고 한다. 값이 30억 원으로 비슷한 단독주택과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사례를 검토해보자. 단독주택의 토지는 100평이지만 타워팰리스의 토지 지분은 몇 평 수준에 그칠 것이다. 이 경우 타워팰리스는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이런 부분을 제대로 시뮬레이션해보지도 않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매우 잘못됐다.

-이 후보는 부동산 세금을 폭탄 수준으로 높인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려고 한다.

△서울 개포 주공아파트 거주자는 30년 전부터 그 아파트에서 거주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집값을 올리지 않았다. 이들에게 갑자기 세금 폭탄을 안기는 것은 살던 곳에서 내쫒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라는 개념이 있다. 자기가 살던 곳에서 늙고 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무작정 세금을 올릴 것이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처럼 주택 매입 시점의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안도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과세표준이 되는 집값을 매입 시점부터 매년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돼 있다. 이렇게 하면 시세가 아무리 오르더라도 과거에 집을 산 사람은 그 값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니까 부담이 크지 않다.

-차기 정부에서 불거질 수 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영끌 대출이다.

△집값이 조금이라도 내려가면 문제가 될 것이다. 지금 같은 시기에 자기 자본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영끌 대출자에게는 대출 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연 5%의 이자율로 대출을 받았다면 이를 3% 정도로 낮춰주는 식이다. 물론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하므로 나중에 주택을 처분해 이익이 생긴다면 정부가 지원한 만큼은 회수해야 한다. 가령 지금 산 주택을 10년 뒤에 팔면 10년간 정부가 지원한 2% 이자 부분만큼 갚도록 해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 시행해야 할 바람직한 부동산 정책 방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시대적 수명이 다 됐다. 누구도 이들이 지은 집에서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안으로 거대한 공공 리츠 상품을 만들어보면 좋겠다. 국민연금이 국민들의 보험료를 모아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펀드에 자금을 대고 정부나 정부로부터 위임을 받은 운용사가 적정한 가격대의 서울 지역 아파트를 사서 펀드에 담으면 된다. 펀드 운용이 잘 되면 월세건 전세건 값이 급격하게 요동치지 않으므로 임대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다. 서민 주택 공급자에게 세금 크레디트를 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에서 시행 중인 이 제도는 주택 사업자에게 주는 일종의 면세 쿠폰이다. 정부로부터 10억 원짜리 쿠폰을 받은 사업자는 이 쿠폰을 골드만삭스 같은 금융 사업자에 8억 원에 할인해 파는 대신 현금을 융통해 집 짓는 데 쓸 수 있다. 정부는 예산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서민 주택을 공급할 수 있으니까 좋다.


  • -‘세금 크레디트’는 부동산 시장에서 민간의 역할을 높일 수 있는 정책처럼 보인다.

  • △공공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을 포함해 민간 디벨로퍼가 부동산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정부는 적정 수준의 인센티브를 민간에 주고 이 인센티브를 받은 민간이 주택을 제대로 공급하는지 감시하는 역할만 하면 된다.


  • He is…



1972년 태어나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 정보시스템 석사 과정을 거쳐 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부동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청년층을 위한 셰어하우스와 디자인 코워킹 오피스를 개발·운영하는 어반하이브리드(사회적 기업)의 설립자이자 고문이다. 저서로 ‘부동산 트렌드 2022’ ‘2020 부동산 메가트렌드’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리씽킹 서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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