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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사회적 기본권' 보장 못받는 현실을 돌아보다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문학동네 펴냄





법은 오랜 시간 문명 세계를 떠받쳐 온 기둥이다. 약속, 규칙, 상호 이해, 존중… 인류가 공유해 온 타협의 기술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 됐고, 그 힘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이라는 인류 공통의 가치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이 문명사회의 기둥이 무너지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오징어 게임’이 펼쳐지는 오늘날, 판사 출신의 저자는 공존을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최소한의 선(線)이자 서로에게 베풀어야 할 선(善)으로서 법을 다시 들여다본다. 신간 ‘최소한의 선의’는 헌법이 추구하는 근본 가치인 존엄과 자유 평등, 그리고 이를 구체화하는 개별적인 권리를 우리 삶과 연결해 한층 가깝게 법치주의를 이야기하고, 지혜로운 공존을 모색한다.



책은 헌법이 보장하는 최고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고찰로 시작한다. 저자는 “신이 부여한 특성이든 진화의 결과이든, 모든 인간에겐 최소한의 이성과 양심에 따른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존엄한 것이고, 그러한 능력이 있음에도 법을 어긴 사람에게는 벌을 부과하는 것”이라며 “개인의 인종, 성별, 종교, 지능, 재산 등과 관계없이, 그가 선한지 악한지, 성인군자인지 범죄자인지에 관계없이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헌법적 가치를 망각한 듯한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예컨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데 필요한 교육 받을 권리, 근로의 권리,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등을 포괄하는 ‘사회적 기본권’을 소개하면서도 ‘헌법에 아름다운 약속은 써놓았으되 모든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이를 보장하지는 못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죄다 ‘국가는 ~하여야 한다’는 당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 책에는 재미없어서 쓰지 못하겠다”는 문장에서 뼈 때리는 일침이 느껴지는 이유다. 아직도 인간 세상은 대부분 국가 안보, 경제 발전, 선진국 진입 등 핑계를 내세우며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 권리인 사회적 기본권에는 ‘우선순위를 양보하라’고 요구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게 우리의 오늘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 최대 화두인 공정성과 정의의 문제에 대해서도 평등이라는 헌법의 핵심 가치와 연결해 예리하게 진단한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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