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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영란은행(BOE)





명예혁명으로 집권한 영국 왕 윌리엄 3세가 1690년 프랑스와의 비치헤드 해전에서 패배했다. 영국 정부는 강한 해군을 육성하기 위해 연 14%의 이자까지 제시했지만 국채 발행에 실패했다. 투자자들이 네덜란드 총독 출신 왕의 정치 기반이 약하다고 평가해 매입을 주저했기 때문이다. 궁지에 몰린 왕은 1694년 스코틀랜드 상인 윌리엄 패트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국채를 담보로 지폐를 발행해 대출 사업도 할 수 있는 민영 중앙은행 설립을 허용했다. 패터슨은 12일 만에 런던 상인들로부터 120만 파운드의 출자금을 조달했다. ‘영란은행(BOE·Bank of England)’은 이런 과정을 거쳐 태어났다. 영국 정부는 영란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제철업을 키우며 강력한 해군을 만들었다.

상당수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전쟁 자금 조달을 위해 민영으로 탄생했다. 영란은행 설립에 앞서 스웨덴의 릭스은행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독립 전쟁의 빚 처리를 위해 설립됐다. 프랑스의 루이 16세는 국채 발행 대신 과세로 방향을 잡아 삼부회를 소집했다가 프랑스대혁명으로 무너졌다. 영국 의회는 1844년 영란은행에 화폐 발행 독점권을 부여하고 금 보유액과 돈 찍어 내기를 연동하는 금본위제를 도입했다. 영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제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이 은행은 노동당 집권 시절인 1946년 국유화됐고 1997년 독립성을 보장받았다. 영란이라는 말은 잉글랜드(England)를 음역한 한자어 ‘영란(英蘭)’에서 유래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16일 기준 금리를 0.1%에서 3년여 만에 0.25%로 0.15%포인트 올렸다. 코로나19 이후 선진국 중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것이다. 같은 날 유럽중앙은행(ECB)은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내년 3월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날 연준은 자산 매입 종료 시점을 3개월 당기고 내년에 3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글로벌 긴축 쓰나미 임박을 알리는 신호들이다. 정부는 2013년 신흥 시장의 자금 유출로 생긴 ‘긴축 발작’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도록 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구조 조정을 포함한 컨틴전시플랜을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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