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5월 취임한 후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단 한 차례도 주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면 보고를 받는 식으로 대체했는데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는 다른 행보다. 이를 두고 당정이 주택 공급 확대로 방향을 틀면서 도시재생이 동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1일 국무총리실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16일 총리 직속 위원회인 도시재생특위를 열고 서울 김포공항 일대 등에서 5조 원 규모의 도시재생 사업을 하기로 했다. 도시재생특위는 서면으로 진행됐고 김 총리는 관련 보고를 받고 종료했다. 앞서 7월과 9월에 열렸던 도시재생특위 역시 서면으로 이뤄졌으며 김 총리는 위원회를 주재하지 않았다. 도시재생특위는 수조 원 규모의 사업지를 선정하는 정부 주요 정책 가운데 하나지만 김 총리는 서면 보고로 모두 갈음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올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도시재생특위는 모두 서면으로 열렸고 이에 따라 총리가 주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역시 “총리가 위원장인 위원회가 60개 이상 되며 김 총리는 올해 코로나19 관련 회의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전 총리가 지휘하던 당시에도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엄중했던 만큼 이 같은 설명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분석도 있다. 정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도시재생특위를 직접 주재하며 광주 북구 등 사업지 47곳에 2조 6,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당시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인해 수도권 5인 이상 모임 금지 등 강력한 방역 대책을 펼치던 때였다. 정 전 총리는 “도시재생은 주거·일자리·복지 등 종합예술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부처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정부와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올해에도 부동산 고공 행진이 이어지자 당정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도시재생 사업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실각했고 당정도 주택 공급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분위기가 있다”고 언급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도시재생에 수조 원이 들어가는데 정작 이를 통해 늘어나는 주택 공급은 아주 제한적”이라며 “현재 여당도 주택 공급 확대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도시재생은 추진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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