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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애도조차 힘든 죽음 앞에서

김태영 사회부 기자


얼마 전 한 청년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취재할 일이 있었다. 유서도 없는 죽음에 유족이 의문을 제기하며 시작된 취재였다. 유족은 고인의 생전 친구를 만나고 검색 기록을 알아보며 백방으로 노력했다. 슬픔을 유예하고 죽음의 이유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고인의 죽음에 누가 될까봐 결국 기사화는 하지 않았지만 무거워진 마음은 쉽사리 가벼워지지 못했다.

사랑하는 이들을 자살로 잃은 ‘자살 사별자’들에게는 애도조차 버겁다고 한다. 자살 사별자들은 고인의 갑작스러운 선택 앞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마련인데 질문은 이내 자책·원망·후회 같은 고통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고통이 온전한 애도로 승화되지 못할 때 남아 있는 이들의 삶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죽음 곁을 내내 맴돌기도 한다. 자살 사별자의 우울증 발병률과 자살 위험이 주변인의 자살을 겪지 않은 이들보다 몇 배나 높은 이유다.

한국 사회에서 자살은 언제나 심각한 사회문제였지만 올해는 특히 그랬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황·고립·관계단절 등이 사회 전반의 우울감을 키우며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우울증 진료 인원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가파르게 늘었다. 비단 수치뿐일까. 전국 각지에서 코로나19로 경제적·정신적 타격을 크게 받은 이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랐다.

목전에 다가온 새해를 가벼운 마음으로 맞이하기 힘든 연말이다. 변이를 거듭한 바이러스는 오미크론이라는 새 이름으로 당분간 지속될 기세다. 정상으로 돌아가는 듯했던 일상은 고강도 거리 두기로 다시 멈췄다. 내년엔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어낼 수 있고 그 자리에 주변의 애정과 관심이 들어차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이는 개인만 노력해서 될 일은 아니다. 지난달 정부가 개최한 ‘세계 자살 유족의 날’ 기념행사의 주제는 “얘기해도, 기억해도, 함께해도 괜찮아요”였다. 자살 사별자가 자신의 아픔을 얘기하고 기억하며 건강하게 애도할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해야 한다.



김태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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