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투자의 창] 시장을 거스르지 않는 연준

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속화를 결정하고, 조기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테이퍼링은 내년 1월 중순까지 기존 속도인 월 150억 달러(국채 1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 50억 달러) 축소로 진행되고, 내년 1월 중순부터는 그 두 배인 월 300억 달러(국채 2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 100억 달러) 축소로 가팔라져서 3월 중순에 완전히 종료될 예정이다.

물론 연준은 테이퍼링 속도가 경제 전망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문구를 유지해 향후 정책의 유연성도 놓지 않고 있다. 점도표에 나타난 정책금리 인상 경로는 크게 상향 조정됐다. 지난 9월 회의에서 2022년 인상과 동결 의견이 9대 9로 동률을 이뤘던데 비해, 이번 달에는 9명의 동결 의견이 완전히 사라지고 3회 인상을 주장한 위원의 수가 10명으로 절대 다수를 형성했다. 2명의 위원은 4회 인상 의견을 제시했으며, 5명의 위원은 2회, 1명의 위원만이 1회 인상을 시사했다.



12월 회의의 핵심은 다음의 세 가지로 판단된다. 첫째,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진단을 완전히 폐기했고, 지난해 8월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공식 도입한 평균물가목표제(AIT)의 의미도 크게 퇴색됐다. 성명서의 공식적인 선제적 지침(포워드 가이던스) 또한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목표(2%)를 웃도는 상황에서 고용시장 상황이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문구로 변화됐다. 둘째, 기존에 금융시장의 충격을 피하기 위해 주로 사용됐던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을 구분 짓는 수사학도 크게 후퇴했다.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이 종료된 이후 금리 인상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셋째, 연준의 이중책무에서 고용보다는 물가에 초점을 맞추는 구도가 강화됐다. 연준은 이러한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고용시장에 대해 크게 진전된 평가를 내놓았고, 팬데믹으로 인한 양적 회복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금리 인상이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즉, 고용 회복에 연연하기보다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을 우선시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연준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뒤쳐져 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공급 병목 현상과 수요 측면의 회복에 더해, 자산시장 버블까지 실물경제에 반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금리 수준은 여전히 크게 완화적이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이 9월 초 인플레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10월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확인한 후 정책 기조 변화를 결심했다는 점도 다분히 후행적이다. 이는 연준이 시장의 기대를 크게 거스르지 않아 금융시장의 안정을 지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대응 측면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앞으로 연준이 보다 긴축적인 효과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내년 3월 FOMC에서 테이퍼링 종료와 동시에 금리 인상을 시작하고, 나아가 대차대조표 축소에 돌입하는 양적 긴축(QT)을 하반기 중 시행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이보다는 다소 완만한 경로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