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세계적으로 넘친 유동성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연료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조8,000억 달러(약 6,900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이 이뤄졌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지 40년 만에 사상 최대 규모다.
3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금융정보 제공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전년 대비 64% 증가한 5억8,000만 달러(약 6,900조원)를 상회하는 규모의 글로벌 M&A 딜이 성사됐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법무법인 설리번 앤 크롬웰의 M&A 총괄 프랭크 아퀼라는 “2021년은 (기업계의) 별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딜을 성사시킨 한 해"라고 평했다.
올해 이 같이 대규모의 M&A가 이뤄진 데는 주식 시장의 호황과 정부의 광범위한 경기 부양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 골드만삭스의 유럽 지역 M&A 책임자인 앙드레 켈렌스는 “전세계적으로 돈이 넘쳐나고 시장으로 들어간 돈 만큼 M&A에도 자금이 유입됐다”고 짚었다. 올해 가장 큰 딜로 꼽힌 것은 워너 미디어 그룹의 디스커버리 인수다. 경쟁사였던 디스커버리와 합병하면서 워너 미디어는 기업 가치 1,320억 달러 규모의 회사로 덩치를 불렸다. 또 캐나다 태평양 철도가 경쟁사였던 캔자스 시티 서던을 310억 달러에 인수한 것도 화제가 됐다. 시티그룹의 유럽·아프리카 M&A 부문 총괄 앨리슨 하딩존스는 “기업들이 낮은 금리와 상대적으로 상대적으로 높아진 주가 환경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성장을 위한 새로운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M&A 붐에 힘입어 투자은행(IB)들도 거대한 수익을 챙겼다. M&A 자문료 470억 달러를 포함해 올해 IB업계로 흘러간 수수료가 1,570억 달러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년 만에 최대치다.
올해의 M&A 붐이 유독 거셌던 데는 사모펀드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합병이 영향을 미쳤다. 사모펀드가 진행한 M&A 규모는 올해 들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 스팩을 통한 합병은 334건을 기록했는데 그 금액은 5,970억 달러(약 709조원)로, 전체 M&A 10건 중 1건에 달하는 규모다. 한 로펌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내일 당장 애플을 인수할 수는 없겠지만 애플을 제외한 거의 모든 회사를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같은 스팩 상장 과열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실제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스팩 상장 기업에 대해 면밀히 조사를 진행하며 고삐를 쥐고 있다. JP모건의 M&A 글로벌 총괄 아뉴 아이옌가르는 “스팩을 통한 자본 조달과 합병은 올해 1분기 너무 많이 진행됐다”며 “사실 올해 이뤄진 것보다 훨씬 적은 비율로 진행되어야 바람직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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