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학개미들의 화끈한 화력에 힘입어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증권사들이 임인년 새해에도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조직 정비에 나섰다. 올해 조직개편의 키워드는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디지털’로 요약된다. 개인 주식 거래가 주춤하자 수익 방어를 위해 고액자산가, 기업금융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강화하며 내실을 다지는 한편, 금융투자업의 핵심 경쟁기반으로 떠오른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더하는 모양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해 말 이같은 키워드를 주축으로 한 조직개편과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IB 부문의 가장 굵직한 변화는 영역별로 조직을 ‘세분화’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IB사업을 총괄하는 IB총괄을 복수로 운영해 사업영역별 전문역량을 강화했다. IB1총괄은 글로벌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대체투자금융 부문을, IB2총괄은 기업공개(IPO), 기업금융 등 전통 IB를 담당한다.
한국투자증권은 IB2본부 산하에 ECM부와 인수영업3부를 설립했다. IB1본부는 IPO를, IB2본부는 DCM과 ECM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IB3본부는 인수합병(M&A)를 전담할 계획이다. 또 해외 IB사업을 본격화하고 시너지 영업 강화를 위해 대표이사 직속 글로벌사업본부도 신설했다. NH투자증권도 산업별 경쟁기반 변화에 따라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인수합병 자문조직을 확대하기 위해 IB1사업부 내에 어드바이저리 본부를 신설했다. 부동산개발PF부문 시장 확대와 경쟁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IB2사업부 내 부동산금융본부 산하에 부동산금융4부를 신설했다.
WM 부문은 고액자산가를 겨냥해 조직을 재정비했다. 삼성증권은 초고액자산가와 법인고객 대상 기능을 강화하고자 채널부문 내 초고액 자산가 서비스 전담 본부인 ‘SNI전략본부’ 내 기능을 강화했다. 차별화된 초고액자산가와 법인고객서비스를 결합한 신서비스 준비중이며, 특화된 대체투자 상품 공급을 위한 ‘프라이빗딜소싱팀’도 신설했다.
하나금융투자는 WM전략본부, 클럽(Club)1추진실 등을 신설해 비즈니스 효율성을 제고하고 채널 다양화로 고액자산가 시장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KB증권은 신설된 WM영업총괄본부를 중심으로 영업채널을 고객군별로 세분화하고 VVIP PB센터인 압구정 플래그십과 연계해 고액자산가 고객 중심의 새로운 영업채널을 올 상반기중 신설할 예정이다. 신한금융투자는 고액자산가와 법인을 위한 전담점포를 개설하고, 이를 위해 투자솔루션을 제공하는 IPS그룹을 확대했다.
증권사들이 IB와 WM에 힘을 주는 것은 최근 호황을 주도했던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 거래 대금은 코로나19 변이 확산과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1분기 33조3,000억원에서 2분기 27조1,000억원, 3분기 26조3,000억원으로 감소했다. 12월 들어서는 10조원을 밑도는 수준에 이르렀다. 강승건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신용잔고 평균 잔액 감소로 관련 이자수지 역시 5.9%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은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도전에 맞선 디지털 전환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품 경쟁력이 좋아도, 편리하고 접근성 좋은 디지털 서비스로 제공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신한금융투자는 디지털그룹 신설을 통해 비대면 고객을 위한 자산관리 서비스와 플랫폼 고도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신증권은 플랫폼솔루션부를 신설해 모바일 중심의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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