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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땀 한땀 수놓은 가족·행복에 대한 감사

빌리 장게와 국내 첫 개인전

리만머핀 서울, 15일까지

빌리 장게와의 '아이의 기쁨(The Pleasure of Child)' /사진제공=리만머핀갤러리




선물상자를 받아든 아이의 얼굴이 기대감에 빛난다. 크게 뜬 눈은 이제 막 상자 밖으로 나오려는 빨간 ‘그것’에 쏠려 있다. 바라보는 어른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그득하다. 식탁을 둘러싸고 앉은 이들의 즐거운 한때가 맑은 하늘색 배경 위에 내려앉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 빌리 장게와(49)의 작품 ‘아이의 기쁨(The Pleasure of a Child)’이다. 작가의 국내 첫 개인전이 15일까지 종로구 안국동 리만머핀갤러리에서 열린다.

액자도 없이 걸린 이 작품은 야들야들한 실크천에 손으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제작됐다. 그림에 등장하는 식탁은 작가의 가내수공으로 작업하는 식탁 겸 작업대다. 표정의 정교함, 와인 잔의 반짝임 등 섬세한 표현력이 놀랍다. 장게와의 자수 작품은 타거나 찢기기라도 한 듯 군데군데 잘려 있는 게 특징이다. 추억이란 그런 것, 파편처럼 잘린 아련한 기억이 더 오래간다.

리만머핀 서울에서 15일까지 열리는 빌리 장게와 개인전 전경. /사진제공=리만머핀 갤러리




전시 제목은 ‘혈육(Flesh and Blood)이다’. 직계가족의 가계도도 툭툭 잘려나간 형태의 작품이 됐다. 작가는 지난 2년 간 코로나19 사태로 고립돼 지내며 가족에 대해 새롭게 인식했고, 일상과 노동에 새삼 감사하게 됐다고 한다. 아이의 생일 축하상에 모여앉은 이들도 ‘가족 같은 지인’이다. 작가의 개인사를 다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감정을 자극하며 사랑과 희망의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 제목은 프랑스 파리의 지역방송 ‘라디오 노바’에서 들은 네빌 브라더스의 ‘아들과 딸’(1990)의 가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패션과 광고 업계에서 일하다 보츠와나 지역의 야생 동식물에 대한 기억을 수(繡)작업으로 새기기 시작한 작가는 점차 관계와 경험에 주목한 도시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흑인 여성상을 향한 역사적 고정 관념과 착취에 도전하는 구상 작업도 선보였다. 최근 백인·남성 위주였던 주류 미술계가 다양성을 강조하면서 장게와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7년 문을 연 리만머핀 서울은 이번 전시를 끝으로 ‘북촌시대’를 마감하고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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