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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단일화? 3강 체제가 먼저…정권 교체는 반드시 해야"

[대선 주자에게 듣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입법·사법·행정부 모두 靑 아래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 시급

양당 구도 속 내각·중임제는 더 최악…다당제 개혁부터 추진을

대선후보 중 정치경험 최고…3석으로도 국정운영 문제없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굿피플빌딩에서 서울경제와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굿피플빌딩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단일화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청년과 중도층의 표심이 몰리며 신년 여론조사 일부에서 지지율이 두 자릿수를 넘어서고 있다. 안 후보는 “당장 3강 체제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며 “(나아가) 제가 당선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야권 통합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안 후보는 “지금 제가 제일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정권 교체”라며 “현재 정권이 승계되면 우리나라가 더 나쁜 상황이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정권 교체는 제가 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집권하는 즉시 국가 연구개발(R&D) 체계를 대수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은 과학기술 패권 전쟁”이라며 “우리의 생존 전략도 과학기술에서 찾는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독일 기초과학 연구의 요람인 막스플랑크연구회를 예로 들며 “다 성공하는 연구만 하는 게 아니라 999명이 실패해도 1명이 노벨상을 받을 연구를 하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핵심 기술 개발을 통해 신산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 생태계를 되살리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청년 실업으로 잠재성장률이 추락하는 한국 경제의 고질을 과학기술로 치료한다는 복안이다. 안 후보는 “산업 발전부터 사회 변화, 기술 발전도 과학의 시각으로 보면 좀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또 비대한 권력기관이 된 청와대를 절반으로 축소하겠다고도 공약했다. 안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과거만 보던 법률가들은 미래를 보지 못한다”며 “최고경영자(CEO)처럼 세계의 흐름을 알고 미래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자신했다. 안 후보는 ‘자유와 공정·사회안전망’을 국정 운영 방향으로, ‘국민 통합’을 시대 정신으로 제시했다. 그는 “국민 통합으로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대담=이철균 정치부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굿피플빌딩에서 서울경제와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여야 후보를 통틀어 정치 경험은 제가 최고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2일 대선 캠프가 있는 서울 여의도 굿피플빌딩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요동치는 신년 민심과 관련해 이같이 설명했다. 안 후보는 “3김(金, 김영삼·김대중·김종필) 이후에 (새 정당으로) 38석의 교섭단체를 만든 유일한 정치인이고 당 대표로서 모든 전국 선거를 지휘해본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DJ나 YS가 정치 10년 만에 이 정도 경험을 했을까 싶을 정도인데, 그 기회를 국민들이 주셨고 저는 이 경험을 국민들을 위해 써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베테랑 정치인이 된 안 후보는 신년에 뛰고 있는 자신의 지지율에 대해 “이미 예측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막연한 목표가 아니라 선거를 치르면서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도층은 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과연 어떤 사람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지를 선택하는 사람들”이라며 “충분히 후보들의 생각과 각오·정책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단계를 좀 거치고 결심이 늦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의회의 1%, 3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을 이끌고도 국정 운영이 문제 없다고 자신했다. 안 후보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한 석도 없이 당선됐다”며 “국민이 지방선거와 정계 개편을 통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의 제왕적 청와대 권력과 기득권 양당 중심의 의회 구조를 겨냥한 정치 개혁을 화두에 올렸다. 구조 개혁의 발목을 잡는 정치권 자체를 뜯어 고치는 공약이다. 그는 “양당 제도를 그대로 두고 내각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하면 최악이 될 것”이라며 “선거구제를 개편해 다당제로 바꾸고 청와대는 절반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굿피플빌딩에서 서울경제와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연초 지지율 상승세가 무섭다. 예측하셨나.

△보시다시피 그렇게 되고 있다. 막연한 생각이나 목표가 아니다. 5월에 대선을 치렀던 지난 2017년에도 10%를 넘어선 게 3월 초다. 그래서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10% 지지율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게 중도층의 민심이다.

-후보님이 보는 중도층의 민심은 무엇인가.

△거대 양당의 바깥에서 이렇게 오래 살아남은 정치인은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것 아닌가. 사실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가 제일 어렵다. 이분들은 어느 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대신 과연 어떤 사람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그걸로 선택하시는 분들이다. 충분히 후보들의 생각과 각오, 정책,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자기 스스로 판단하시는 분이 많다. 누구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그런)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결심이 늦는 것이다.

-느끼시는 민심은 어떤가.

△이 정도로 거대 양당 후보들이 40%를 못 넘기는 상황은 사실 처음이다. 이렇게 호감도가 낮은 양당 후보도 이례적이다. 그리고 아직도 지지자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안 되겠다’ 싶어서 살펴보고 저에게 오시는 것 같다.

-벌써 여야에서 단일화하자는 말을 던지기 시작한다.

△지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당장 3강 체제를 만드는 게 제 목표다. 그 생각만 머릿속에 있다. 저는 당연히 제가 당선되는 게 목표다. 단일화는 저를 없애려는 수인데 거기에 누가 넘어가겠나.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나.

△저는 3김(金) 이후에 가장 경험이 많은 정치인이다. 38석의 큰 교섭단체를 만든 유일한 정치인이고 당 대표로서 모든 전국 선거를 지휘해봤다. 저처럼 다 지휘해본 사람이 있나. 그리고 제가 정치만 했나. 의사, 의대 교수도 했고 정보기술(IT) 전문가로 벤처기업을 창업했고 경영자로, 대학교수로서 현장에서 경험했다. 이런 게 다 저의 경쟁력이다. DJ나 YS가 정치 10년 만에 이 정도 경험을 했을까 싶을 정도인데, 그 기회를 국민들이 주셨고 국민들을 위해서 써야 할 의무가 있다.

-민주당에서 적극적으로 단일화 운을 떼고 있다.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제가 제일 문제의식을 가진 것은 정권 교체다. 현재 정권이 승계되는 것은 우리나라가 더 나쁜 상황이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정권 교체는 제가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반대 진영에서는 의원 3명으로 국정 운영이 가능하냐는 지적을 한다.

△전혀 걱정 안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의원 한 명도 없이 당선됐다. 프랑스 국민들이 그걸 모르고 당선시켰겠나. 프랑스도 기득권 양당이 정권을 서로 주고받으며 정권 교체가 아닌 적폐 교대를 하다 보니 마크롱이 당선된 것이다. 개혁적인 사람을 뽑은 국민들은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실 것이다.

-‘일을 하게 만든다는 말’은 정계 개편, 정치 구조가 바뀌어야 가능하다.

△제가 당선되면 선거 혁명이다. 대한민국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중대한 기회를 준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번 대선 석 달 후에 더 큰 규모의 지방선거가 있다. 시도 지사와 지방의원 4,000명을 뽑는 선거다. 제가 당선되면 일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개혁적인 사람들로 정치 세력을 만들어주실 것이다. 이미 그 전에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뛰고 있는 지지율이 양당 정치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행정부를 보면 정책은 국회에, 인사권은 청와대에 뺏겼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행정권만 가진 미국 대통령보다 힘이 세다. 청와대가 행정권에 예산권, 국회가 거부해도 임명할 수 있는 인사권, 감사권과 입법권까지 가지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다. 미국은 상원과 하원 양쪽에서, 또 막강한 주지사들로부터 견제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입법부·사법부·행정부 모두 사실상 청와대 권력 아래다. 엄밀히 말하면 삼권분립도 아니다. 이렇게는 더 앞으로, 미래로 못 나아간다.

-그렇다면 안철수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치 개혁은 무엇인가.

△청와대부터 보직을 반으로 줄여야 한다. 의사 결정을 청와대 비서진이 아니라 각 장관들이 모인 국무회의에서 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권한 분산이다.

-기존 양당은 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 8년 중임제를 대안으로 꺼내고 있다.

△최악의 개편안이다. 의원내각제는 지금 국회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도가 너무 낮아서 안 된다. 이원집정부제는 어떤가. 예를 들면 윤석열 대통령에 이재명 총리, 또 그 반대가 돼도 5년 내내 싸우다가 끝난다. 대통령 권한을 그대로 두고 4년 중임제를 하면 모든 대통령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권력을 행사해서 임기가 8년이 될 것이다.

-굳어진 양당 구조를 깰 방법이 있나.

△다당제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한 선거구에서 3명 이상을 뽑을 중대선거구 제도로 개편해야 한다. 법률만 국회에서 통과시키면 되지만 확실한 방법은 개헌을 통해 권력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비례대표를 없애고 최소 3명 이상 뽑는 선거구제로 바뀌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양당 후보가 아니라 비례대표 몫인 명망 있는 전문가가 당선될 수 있다. 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 모두 다당제가 가능한 상태에서 해야 한다. 사실상 양당만 존재하는 선거 제도를 그대로 두고 하는 정치 개혁은 최악이다.

-눈을 돌려 밖을 보면 동북아시아에서 미중의 패권 경쟁을 유일하게 과학기술 전쟁으로 규정하고 계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레버리지(지렛대)를 강화해야 한다. 미중이 우리를 레버리지로 필요로 하는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내세운 전략은 초격차 기술을 가진 과학기술 중심 국가다. 이를 통해 기술 동맹과 경제 연대에서 핵심국으로 자리해야 한다.이를 통해 미국이 제안하는 나라, 압도적 기술로 중국의 견제 상황을 피해야 한다. 대한민국 스스로 인도태평양에서 전략적 가치와 공간을 확장해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인가 중국인가. 양자택일 상황이 올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성과주의, 대중 굴종주의가 한미 동맹 관계를 흔들고 비핵화도 이루지 못했다. 우리의 평화와 발전은 한반도, 동북아, 동아시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세력 균형이 이뤄질 때 보장된다. 우리는 한미 동맹 속에 중국·일본 등 주변국들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잘 유지해나가야 한다. 저는 우리 외교 관계의 기조가 국익 최우선, 자유민주주의 가치 존중,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제도 및 규범을 존중하고 준수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제가 주장하는 중도 실용 외교의 기본 사상이다.

獨 막스플랑크연구회처럼 정권 넘어 혁신연구 지속 지원
공약 1호는 초격차 기술…구글같은 생태계 조성해 고용창출
정부는 페이스메이커 돼야…노동부터 연금까지 전면 개혁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굿피플빌딩에서 서울경제와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인터뷰에서 미국 명문 와튼스쿨 경영전문석사(MBA),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연구한 본인의 이력을 꺼냈다. 그는 “전 세계를 가장 크게 변화시킨 힘이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핵심은 과학기술의 패권 경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생존 전략도 과학기술에서 찾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연간 약 30조 원의 혈세를 쓰는 국가 연구개발(R&D)을 대개조하겠다고 일갈했다. 모델은 정권을 넘어서도 혁신적인 연구를 지속하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다. 그는 “성공률 98%로 새로운 게 아니라 성공할 연구만 하고 있다”며 “999명이 실패해도 1명이 노벨상을 타도록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후보들 가운데 앞장서서 과학기술이 미래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가 어떻게 흐르는지 봐야 글로벌 세상에서 우리나라가 어느 쪽으로 갈지 알 수 있다. 현재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은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이다. 핵심은 과학기술 패권 경쟁이다.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생존 전략도 과학기술에서 찾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5개 분야(디스플레이, 2차전지, 차세대 원전, 수소, 바이오)의 초격차 과학기술을 우리가 확보하는 공약을 만든 것이다.

-지금도 국가가 막대한 돈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안철수가 하면 달라지나.

△대선 후보 가운데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MBA 한 사람은 저밖에 없다. 우리나라(정치권)는 법률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분들이 하던 일은 과거에 대한 응징이다. 과거만 보던 사람들은 미래를 볼 수 없다. 미래는 모르면 안 보이는 법이다. 제가 최고경영자(CEO) 할 때 정보기술(IT)이 어디로 발전할지 미리 알고 대비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정치를 하면서도 세계의 흐름을 이제 다방면으로 보고 있다.

-어떻게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것인가.

△예산을 관리하는 방식을 바꾸겠다. 사람들은 다 ‘게임의 룰’에 따라서 최적화되고 그 안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우리의 국가 R&D 사업은 관료들에게 맞춰져 있다. 패션처럼 인공지능(AI)이 뜨면 전부 AI 연구로 간다. 유행에 따라 미리 영역을 정하고 결과만 따진다. 또 결과만 보고 실패하면 다음 연구비를 끊어버린다. 그래서 정부 프로젝트 성공률이 98%다. 다 성공하는 것만 신청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노벨상도 못 받고 산업화도 못 한다. 정부 기술로 산업화에 성공한 예가 있느냐.

-개혁의 모델이 될 나라나 연구소를 예로 들어달라.

△제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 본부에서 방문연구원을 했다. 프라운호퍼연구회는 당시 집 가까이에 있어서 가서 설명을 듣고는 했다. (※막스플랑크연구회는 전 세계에서 노벨상 수상자 23명을 배출한 노벨상 사관학교로 불린다. 프라운호퍼연구회는 민간의 연구를 돕는 독일 산업화의 요람이다.) 과정이 성실하면 결과에 대해서는 실패의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0.1%의 가능성에도 도전한다. 그렇게 999명이 실패하더라도 1명이 노벨상을 받으면 된다. 우리는 단기 성과 위주, 대통령 임기 5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고, 결과 위주의 감사라는 세 가지가 문제점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10년의 연구 기간을 준다지만 최근에 방문해보니 또 (정부 임기에 맞추는 방식으로) 점점 국책 연구소 형태로 관리되고 있다. 이래서는 0.1%의 실패 확률만 돼도 새로운 시도를 안 한다.

-핵심은 그 방식으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느냐다.

△현재의 리더십을 바꿔야 한다. (1960~1970년대)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할 때는 미래 예측이 가능했다. 어느 분야가 어떻게 발전할 거다 하면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면 됐다. 이제는 한 분야가 워낙 복잡해졌다. 원전만 해도 탈원전,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세분화된다. 전 세계의 기술 흐름을 알고 그 방향에 맞는 전문가를 뽑아서 써야 한다. 현장에 가까이 있는 쪽에서 너무나 변화가 심하게 일어나고 빠른 반응이 필요하다. 전문가가 결정 권한을 가지고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20세기 들어 이렇게 부강해진 나라가 두 곳 있다. 독일과 중국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라이프치히대 물리학 박사였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칭화대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이과의 리더십이 나라를 띄운 것이다.

-규제 권한을 내려놓는 작은 정부가 돼야 한다는 말인가.

△마라톤 뛰어봤나. ‘페이스메이커’가 있다. 4시간을 쓴 풍선을 들고 달리는 사람을 따라 달리면 4시간 안에 들어간다. 그 사람은 3시간 안에 뛸 수 있지만 속도를 조절하며 희생해서 모두가 그 시간 안에 들어가게 만든다. 앞에서 달리지만 실제로는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이다. 다음 정부, 대통령도 페이스메이커 리더십을 해야 한다. 산업화 시대는 끝났다. 찾아보니 세계 100대 혁신 기업 가운데 40개가 한국에서 규제 탓에 시작도 할 수 없는 사업이다. 정부가 포지티브(법령에 가능·불가능을 열거하는 방식)에서 네거티브(일단 허용) 방식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 정부가 경제를 뒤에서 밀어줘야 한다.

-청년 실업과 고령화로 떨어지는 잠재성장률을 회복하는 청사진도 과학기술인가.

△그렇다. 지금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그럼 그것도 기술 개발을 통한 신산업으로 생산성 증가와 여성 인력, 고령 인력의 문제점을 메울 수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가는 거다. 신산업만이 지금 미래 먹거리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그래서 공약 1호로 꺼냈다. 우리가 키울 신산업은 대기업의 낙수 효과가 줄어든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구글 모델로 가야 한다. 네이버처럼 안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구글을 통해 다른 사이트로 연결되는 식으로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대기업이 있고, 주위에 건실한 협력 업체가 있고, 그 주위에 자영업자·중소상공인들이 잘살 수 있다.

-일자리 문제는 이중구조가 된 노동시장의 영향도 있다.

△노동 개혁은 제가 지난 2017년부터 말했다. 당시 전 세계의 흐름을 보니 플랫폼 노동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긱이코노미(일시적 계약 노동자 선호 경제)’가 그때 나왔다. 그때 비정규직 일자리를 보다 안정적이고 대우받는 형태로 바꾸는 공약을 냈다. 하지만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기득권 노동자들의 기득권을 강화해주는 것으로 갔다. 시장과 싸우면 그게 이길 수가 있나. 그 피해자는 실업에 빠진 청년들과 협력 업체 노동자들이다. 전체 노동자 중 기득권 10%만 보호했다. 제가 집권하면 고용 유연성과 (사회보장 강화를 통한) 안전성을 합치는 노동 개혁을 하겠다.

-개혁에 앞서 차기 정부는 코로나 피해 회복이라는 큰 과제가 있다.

△30조 원을 특별회계를 통해 지원하겠다. 현 정치권은 사안마다 추경에 추경을 한다. 중소기업 회계도 이렇게 안 한다. (지출처가 정해진) 특별회계로 관리하면 포퓰리즘도 막고 목적에 맞게 지원할 수 있다. 차기 정부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미친 집값’과 ‘세금 폭탄’으로 대변되는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현 정부는 공급이 넘친다고 봤고 공급도 공공이 하려 해서 실패했다. 이 정부 사람들은 세상을 모른다. 돈 벌고 월급 줘본 적이 없고 세금을 쓰기만 한 사람들이다. 우선 5년간 2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 수도권은 150만 가구, 지역은 100만 가구다. 이 가운데 100만 가구는 토지임대부, 이 중에 절반은 또 청년 몫이다. 또 ‘세금 폭탄’이라는 말은 신중해야 한다. 세금은 사회에 대한 기여다. 세금 내는 사람들은 존경하지 못할 거면 사회적으로 인정이라도 해야 한다. 보유세와 거래세가 다 높은 상황이다. 거래세를 한시적으로 낮춰서 시장 거래의 길을 터야 한다.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연금 개혁도 약속했다.

△2020년 기준 특수 직역 지원을 위한 연금 충당 부채만 1,045조 원이다. 오는 2055년이 되면 국민연금이 소진돼 현재 33세 청년에게 지급할 연금이 없다. 개인과 가정 파탄 차원을 넘어 국가 공동체가 붕괴될 수 있다. 여야 정치권, 중립적인 시민사회, 연금 재정 전문가로 구성된 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혁 방향을 정하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굿피플빌딩에서 서울경제와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안철수 "백신·변이 등 10차례 경고했지만 무시…비전문가 방역정치의 실패"

■ 정부 방역정책 날선 비판

백신확보 제안에 "허풍떤다" 일축

과학적 근거 없이 여론 보고 결정

“‘과학 방역’을 했어야 하는데 ‘정치 방역’을 한 거죠. 지난 대선에서 결과가 달랐으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지적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올해 (경제문제는) 다른 것보다 코로나19 퇴치가 제일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문재인 정부 코로나19 정책의 문제점으로 ‘비전문가’에 의한 정책 결정을 지적하며 “정부가 판단을 한 번 잘못하면 나라가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지난 2020년 2월 이후 국경 봉쇄부터 △백신 확보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대비까지 열 차례 넘게 문재인 정부를 향해 경고해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안 후보는 코로나19 첫 확산 당시를 회상하며 “(제가) ‘메르스보다 더 위험할 것이다’ 했더니 문재인 대통령이 ‘가짜 뉴스는 엄단하겠다’고 하더라”며 “저는 그때 이미 국제적인 학술지나 전문가들과 판단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또 재작년 5월 상황을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제가 연말에 백신이 나올 테니까 준비하자고 그랬다. 그랬더니 지금 청와대에 있는 기모란 씨(방역기획관)가 ‘정치인들이 허풍 떤다’고 하더라”며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부터 주요 국가 대통령들이 다 움직였다. 그때 움직였으면 (한국은) 제일 먼저 마스크를 벗는 나라가 됐고 자영업자 중 자살하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2월 겨울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 코로나에 대해서는 “첫 번째는 3차 접종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사망자나 위중증 환자를 줄일 수가 있다”며 “두 번째로는 확진자 1만 명, 위중증 환자 2,000명까지는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인력과 병상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했는데 안 하더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과학적인 자료에 근거해 전문가가 결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국민 여론조사를 보고 결정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전문가의 영역에 맡겨야 될 것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70년 전 학제 아직도 유지…대통령도 못 건드는 '10년 계획' 수립

■ 4차 산업혁명 대비 교육개혁 강조

'학제 개편'부터 '평생 교육'까지

사회적대타협 통해 롤링플랜 마련

효과 20년은 걸려…당장 시작해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 개혁과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했다. 빠른 기술 발전에 발맞춰 각 분야 전문가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장기적인 교육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안 후보는 지난 2일 서울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선진국이 된 나라 중 교육 개혁을 거치지 않은 나라는 하나도 없다”며 “장기적인 정책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는 방법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하고, 그 방법은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하며 “여야 정치권, 행정부, 학부모, 학생, 교수, 사교육자가 모두 모여 10년 계획에 합의를 하는데,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자기 권한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게 매년 합의가 되면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가 된다. 올해 하면 2022년부터 오는 2032년까지, 그다음에 하면 2023년부터 2033년까지 롤링플랜(rolling plan·연동 계획)이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교육 개혁이 필요한 이유로는 지난 1950년대 한국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민소득이) 100달러에서 3만 달러가 된 나라”라며 “1950년대에 초등학교 의무교육 법안이 통과됐는데,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시작하고 인력이 이미 준비돼 있었다. 미리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그쪽에 필요한 인재들을 키운 것이 우리나라가 산업화 시대에 성공했던 요인”이라고 집었다.

이어 “똑같은 교훈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용하면 10년·20년 이후를 준비한 인재를 기르는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 개혁이 필요한데 그걸 지금 안 하고 있는 것”이라며 “교육 개혁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20년이 걸린다. 올해 대통령이 시작하면 결과는 2040년쯤 나오는 거다.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개혁 방향으로는 ‘학제 개편’과 ‘콘텐츠’를 들었다. 그는 “70년 전 학제가 지금도 그대로”라며 “만 3세 때 유치원 공교육으로 입학하고 만 5세 때 초등학교 들어가면 노동력이 부족한 시대에 1년이라도 빨리 사회에 진출할 수 있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인성·적성·창의력에 중점을 둔 교육 콘텐츠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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