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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尹, 부인리스크 탈출하려면

이청수 관정이종환교육재단 고문(전 KBS워싱턴총국장)

허위경력 처벌땐 결연한 의지 필요

자격 취소 등 실효적 조치 취해야

진정성 있는 봉사활동 등도 모색

공정위한 희생적 결단이 해결 열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리스크가 새해에 들어와서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구랍 26일에 한 사죄 기자회견은 그 진정성은 인정받을 만했다. 그러나 감동과 공감은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 실현성에 대한 평가를 아직 유보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데스 크로스를 넘어 최대 12.0%포인트 격차로까지 뒤지는 결과(KBS 1일 발표)를 볼 때 더욱 그렇다. 그대로 믿고 싶지는 않을지라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잘못’에 대한 직접적 책임은 어떻게 질 수 있다는 것인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어떤 식으로 실천될 것인가,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다짐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하는 것들에 대한 결단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여기서 우리는 지난 1936년 영국 국왕 에드워드 8세와 미국 출신 월리스 심프슨 부인의 세기적 로맨스를 떠올리게 된다. 당시 영국 왕실의 법도에 따르면 국왕은 평민 출신과 결혼할 수 없고 꼭 해야 한다면 왕관을 포기해야 했다. 에드워드 8세는 결국 두 차례 이혼 경력이 있는 심프슨 부인과의 사랑을 택했다. 즉위 채 1년도 안 된 왕관을 거리낌 없이 내려놓았다.

물론 윤석열·김건희의 경우는 이와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윤 후보로서는 다 잡은 것 같던 대권 기회를 주로 부인의 문제로 놓쳐버릴 수도 있다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는 데서 비슷하다. 그래도 사랑이냐 대권이냐의 택일 문제가 아니라서 덜 심각하다. 하기에 따라서는 둘 다 가질 수 있다는 데 차이가 있다. 김 씨가 “차라리 없어지기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고 해서 “그럼 갈라서기라도 하라”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만한 일에 극단적 선택을 해야 노여움이 풀릴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용서를 구하는 정도 등을 어느 선까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인가. 바로 이것이 돌아선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리고 스윙보터들을 더 끌어들일 수 있는 열쇠라 할 것이다. 윤 후보와 아내는 당장 그 해답을 스스로 찾아 하루빨리 결행해야 한다. 3·9 대선일이 두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첫째, 윤 후보는 아내의 과거 ‘잘못’이 형사처벌 대상까지 된다면 가슴이 찢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해 그냥 불문에 부치게 되기를 바라서도 안 된다. 적어도 경력 부풀리기나 잘못 적음을 통해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거나 어떤 이익을 본 결과가 됐다면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취소 반환하는 실효적 조치를 분명히 하는 게 좋을 것이다.



둘째, 남은 선거 기간에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은 가만히 있으면서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곳이나 험지를 찾아 진정성과 정성을 다해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 현장이나 그보다 더 나쁜 곳도 있을 수 있다.

셋째,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청와대 관저에만 머물도록 하는 실질적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종래 영부인을 위한 제2부속실의 폐지만으로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5년 재임 기간 중 ‘한시적 별거’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그야말로 인간적으로 가혹한 일이다. 그러나 공정과 정의의 대의를 위해서는 뭔가는 소의의 희생도 마다하지 않을 수 있다는 비장한 결기라도 국민은 보고 싶어할지 모른다. 모두의 의표를 찌를 수 있는 감동적 결단 같은 것이다.

사랑을 위해 왕관을 버린 에드워드 8세는 인간적으로는 상당히 공감을 샀지만 통치자로서는 0점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조선 시대 성종은 폐비 윤씨에게, 숙종은 장희빈에게 각각 사약을 내림으로써 왕권을 지켰다. 극도의 비인도적 처사인데도 그랬다.

김영삼·김대중 두 대통령이 각각 사랑하는 아들을 눈물을 머금고 감옥에 보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대권을 지키고 국정을 바로잡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다.

1453년 오스만튀르크의 술탄 메메트 2세가 비잔틴제국(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직후다. 그는 포로로 잡힌 그리스 미인에게 빠져 한동안 헤어나지를 못했다. 막중한 제국 중흥의 대업이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었다. 궁 안팎에서 원성이 높았다. 메메트 2세는 어느 날 대신들이 보는 앞에서 애지중지하던 이 후궁의 목을 눈 깜짝할 사이 단칼에 베어버렸다. 비정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술탄의 권위를 단숨에 바로 세우고 제국 중흥의 기초를 잘 닦을 수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장인의 6·25 때 이력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그럼 내 마누라를 버리라는 말입니까”라고 했다. 이 말 한마디로 부인도 지키고 대권도 쥘 수 있었다. 윤 후보 역시 상대 후보가 훨씬 더 큰 리스크로 자멸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이런 역사에서 대권도 얻고 부인도 지키는 지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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