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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칼럼]경제는 정치가 아니다

김성현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경제는 정치"라는 이재명 대선 후보

포퓰리즘·권력 획득의 도구화 우려

터키처럼 정치 주도가 경제 망칠수도

시장원리 무시한 정책 더 이상 안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들 앞에서 한 말이다. 정확하게 “경제는 과학이 아닌 정치”라고 했다.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경제는 반론의 여지가 없는 진리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추후 부연 설명을 했다. 맞는 말이다. 경제에 있어 100% 확신할 수 있는 이론이나 진리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경제학은 사회과학의 한 분야고, 사회과학도 자연과학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지만 엄연히 과학으로 분류되는 학문이다. 즉 경제를 이해하는 기본은 과학적인 접근 방법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많은 경제 이론과 데이터 분석 방법이 개발돼왔고 지금도 많은 경제학자가 복잡한 경제 현상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야 확률적으로 보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는 정치라는 부분이다. 이재명 후보가 이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은 아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저서 ‘경제는 정치다’에서 “경제에는 절대 논리가 없고 언제나 타협과 조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경제는 정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이런 맥락에서 경제를 정치라 규정한 것일까. 경제는 기본적으로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서 출발한다. 물론 한정된 자원으로 다 같이 잘사는 사회는 이룰 수 없으므로 경제정책을 만들 때 정치적인 요소가 가미돼야 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경제와 정치가 가장 다른 점은 정치의 목적은 권력 쟁취라는 것이다. 한국정치학회가 출간한 정치학대사전은 정치 활동을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둘러싼 항쟁 및 권력을 행사하는 활동이라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재명 후보의 말과 행보를 보면 그가 말한 “경제는 정치”라는 의미가 경제도 권력의 획득과 유지의 수단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경제가 권력 획득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 경제정책은 포퓰리스트 정책으로 변하게 된다. 어떤 경제정책이 나라의 부를 키울지, 국민에게 장기적으로 득이 될지가 판단 기준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는 데 유리할지,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될지가 선별 척도가 된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판 중 많이 나오는 것이 말을 이리저리 바꾸고 여기저기서 상충하는 정책을 얘기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이런 경제정책 공약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부합하는지, 재정적 부담을 초래하지 않을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말로는 시장주의자라고 하면서 말이다. 이 모든 행동이 경제가 정치라는 이 후보의 사고방식을 보면 이해된다. 표가 된다고 생각하면 좋은 정책이요, 아니면 나쁜 정책인 것이다.

예를 들어 이 후보는 대표적 공약인 기본금융에 대해서 “가난한 사람이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원하는 만큼 저금리로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는 말을 했다. 이는 이재명 후보만의 생각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그동안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적용 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높은 이율을 적용 받는 구조적 모순이 있었다”고 했다. 경제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발언이다. 금융은 정의에 의해 운영되지 않는다. 못 갚는 돈은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하고 이런 관치 금융은 나라를 패망으로 이끌 수 있다. 금융에 정치가 가미되면 어떻게 되는지 최근 터키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금리 인상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생겼다고 주장하면서 중앙은행 이자율을 낮춰 물가와 환율 폭등을 불러왔다. 소득을 높이면 성장이 된다는 누구의 주장처럼 본말이 전도된, 정치가 좌우한 경제정책의 결과다.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본인이 경제를 잘 아는 경제 대통령이라 자부하는 데 있다. 경제를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전문가에게 맡겨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 어설픈 논리와 지식으로 경제정책을 주도하다가는 현 정부보다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경제는 정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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