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3년 전 한국투자증권에 고용보험기금을 운영하면서 낸 손실을 보상하라며 500억원대 소송을 내고도 한투증권과 주간운용사 계약은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송을 두고 한투증권에 피해를 입힌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법리적으로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고용부 등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달 한투증권에 50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한투증권이 주간운용사로 선정돼 고용보험기금을 운영할 당시 한 파생결합펀드에 투자했다가 낸 손실 500억원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소송이다. 2020년 감사원도 한투증권이 운용하면서 지연 보고를 문제 삼았다. 이번 소송은 고용부가 운영 중인 기금 주간운용사를 상대로 한 첫 소송이다.
하지만 고용부는 소송과 별개로 2019년부터 내년 7월까지 한투증권의 고용보험기금 주간운용사 자격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손실을 입힌 주간운용사를 상대로 소송을 낼 정도라면, 해당 운용사 계약을 해지한다는 일반적인 과정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투 측이 "운용 손실이 문제였다면, 주간운용사 계약을 유지하겠느냐"는 식으로 논리를 펴면, 고용부 입장에서 반박할 입장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투증권이 전체 기금을 운용해 안겨준 이익이 소송 대상이 된 펀드 손실 보다 10배가량 많다는 점도 이번 소송에서 고용부가 불리한 배경이다. 이 때문에 이번 소송을 두고 고용부가 등 떠밀려 소송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고용부가 한투증권이 입힌 손실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한다는 질책이 이어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한투증권이 (소송을 제기한 펀드에서) 손실을 입혔지만, 전체적인 운용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현재로서는 향후 주간운용사를 선정할 때 한투증권을 배제하는 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보험기금은 작년 말 7조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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