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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치가 과학을 왜곡할 때

김연하 국제부 기자




어느 날 과학자들이 인류를 멸망시킬 정도의 거대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피어리뷰와 같은 전문가 집단의 평가와 검증이 이뤄지고, 우주 강국인 미국·러시아·중국 등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공동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 그려진다. 공포에 떠는 대중과 종교 등에 의지해 이를 극복하려는 이들도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은 6개월여 뒤 지구와 충돌하는 혜성을 발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화 속 과학자들은 각종 데이터를 제시하며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고 외치지만 정작 정부와 대중은 이를 무시한다. 고개를 들어 하늘만 바라봐도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테지만 정치적 논리에 붙잡힌 이들은 이를 부정하고 하늘을 보지 말라는 ‘돈룩업’ 캠페인까지 벌인다.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를 풍자했고, 영화 속 혜성은 기후변화를 빗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자가 영화를 보면서 떠올린 것은 코로나19 방역 조치와 백신을 두고 갈라진 지금 세계의 모습이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과학자들의 조언에도 많은 이들은 안티 마스크 시위까지 벌이며 거부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를 비롯한 공화당과 극우 집단이 이 같은 움직임에 앞장섰다. 현재도 유럽의 일부 극우 정당은 안티 백신 시위를 이용해 세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큐어논과 같은 음모론자들은 여전히 코로나19 자체를 정부와 그림자 세력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실 이 영화를 마냥 마음 편하게 보기는 어려웠다. 수많은 데이터 앞에서도 하늘조차 쳐다보지 않던 영화 속 대중과 현실의 우리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학에 정치를 덧씌운 결말이 어땠는지 우리는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다. 과학은 과학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과학이 정치로 왜곡될 때 우리는 고개만 들면 볼 수 있는 혜성조차도 외면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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