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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배·차' 필수인력 고갈 위기…수도권大 정원제한 철폐 시급

[2022 성장엔진을 다시 켜라-과학기술 대혁신]

<4>산업 전략 고도화…인재가 답이다

이공계 입학인원 급감에 반도체 인력 年 1,500명 모자라

배터리·車도 인력난 심각…'산업 침체' 日 전철 밟을수도

자금 모이는 곳에 인재 몰려…다양한 R&D에 장기투자를





과학기술이 글로벌 패권을 좌우하는 팍스 테크니카 시대이지만 한국은 그 기술을 습득하고 운용할 수 있는 필수 인력이 모자라다. 기초과학은 물론이고 수출산업을 위한 실용 과학에서도 필요한 만큼의 인력 확보가 어려워진 지 오래다. 그 가운데서도 반도체와 배터리·자동차 등 주요 수출산업 분야는 인력 확보 사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현상 유지조차 어려울 정도다. 거시적 관점에서 인력 확보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공계 대학 입학 가능 자원은 지난 2019년 19만 9,000명에서 오는 2030년 15만 1,000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과학기술 분야 학사 이상 신규 인력은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800명이나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2024년에서 2028년 사이에는 4만 7,000명, 무려 60배 가까운 인력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예정이다.

반도체 산업은 특히 과학기술 인력 부족의 직격타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며 그것을 구현할 주체인 인력에 대한 수요도 해마다 상승하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만 해도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으로 만든 칩이 세상에 처음 공개된다. 메모리 반도체도 선폭이 갈수록 줄어들어 새로운 유형의 칩 디자인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사람의 눈과 유사한 화소인 5억 화소에 도전하고 있다. 문제는 기술은 빠르게 다음 단계로 달려가고 있지만 그것을 뒷받침하고 구현할 인력이 지극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연간 1,500명 규모의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하지만 실상은 더 심각하다는 게 산업계의 목소리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전국 대학에서 배출한 반도체 전공 석·박사 졸업자 수는 143명이었지만 2019년에는 92명으로 곤두박질쳤다. 학생을 키워낼 반도체 설계 분야 교수는 전국에 100명 남짓으로 수 년간 증원이나 충원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마다 배출되는 반도체 설계 분야 석·박사 인력은 100~150명에 불과하지만 기업 수요는 연간 1,000명 이상이다.

인력난 한가운데 서 있는 기업들은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는 점을 고백하고 있다. 이미 중소기업들은 베트남과 스리랑카·인도 등 해외에서 인력을 구하는 차선책을 택했다. 청년들이 가고 싶은 기업으로 손꼽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조차 고급 설계 인력 등 핵심 부서에 추가할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대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일본 반도체 산업이 10년째 인력 부족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처럼 한국도 어느 순간 해외 인력이 없이는 기업을 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될지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한국 수출의 기대주인 배터리 산업도 반도체와 동일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0년 304억 달러에서 2030년 3,047억 달러로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 배터리 분야에서 석·박사급 연구·설계 인력은 1,013명, 학사급 공정 인력은 1,810명가량 부족한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배터리 3사 대표들이 지난해 6월 한목소리로 인력 확충을 요청하자 매년 ‘1,100명+α’ 수준으로 산업계가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그 규모도 실현 가능성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자율주행과 전기차에 대한 전문 인력이 부족해 내연기관에서 미래차로 넘어가는 산업 대전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8년까지 기업 등이 계획한 총 8만 9,069명의 미래차 인력이 필요하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연간 4,600명가량의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 정부는 올해까지 연간 1,100여 명 규모의 친환경차 인재를 배출했고 내년부터 양성 인재 수를 연간 2,300명대로 늘릴 계획이지만 여전히 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지역의 대학 정원 제한을 풀고 연구개발(R&D)에 대한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몇몇 기업들은 규제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계약학과를 만들었지만 해마다 배출되는 인력이 수십여 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국내 반도체 산업 규모를 따져보면 대략 3년에 1만 명 정도 신규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주요 대학에서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인력이 배출되고 있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수도권 대학에 반도체 학부 신설 및 증설을 할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수도권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각 대학 연구실을 중심으로 산업 기술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추진될 수 있도록 꾸준한 자금이 지원돼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서규 한국시스템반도체포럼 회장은 “결국 기술이 있는 곳에 자금이 모이고, 자금이 모이는 곳에 많은 인재가 모이게 돼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며 “기업과 정부가 연간 1조 원 이상 투입해 조성한 R&D 매칭펀드를 통해 미래의 자원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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