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령이 갑자기 시행돼 며칠 동안 맞선 상대의 집에 갇혀 살게 된 한 여성의 영상 일기가 화제다.
12일(현지시간) AFP통신,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광둥성 광저우에서 일하다가 춘제(중국의 설)를 맞아 고향인 허난성 정저우로 돌아온 왕씨는 정저우에 있는 한 남성과 맞선을 보게 됐다. 왕씨는 위챗에 올린 영상에서 "나이가 들자, 부모님이 10차례가 넘는 맞선을 주선했다"면서, 이 남성이 그 중 다섯 번째 상대였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며 왕씨를 초대했고, 이에 응한 왕씨는 지난 9일 그의 집에 방문했다. 그런데 식사를 막 끝내려던 순간, 정저우 지역에 봉쇄령이 떨어져 왕씨는 꼼짝없이 이 남성의 집에 갇히게 됐다.
현재 중국은 확진자가 나오면 해당 지역을 봉쇄하고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통해 숨어 있는 감염자를 찾아내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왕씨는 남성이 매일 자신을 위해 요리를 준비하고, 청소 등 집안일을 하는 일상을 영상으로 찍어 위챗에 올렸다. 해당 영상은 웨이보에도 공유돼 중국 누리꾼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왕씨의 이야기를 뜻하는 웨이보 해시태그 '#맞선 보러 정저우로 돌아간 여성이 전염병 탓에 상대 집에 격리돼#'는 지난 9일부터 현재까지 3,000만 회가 넘는 누적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웨이보에서 "(상대의) 성격이나 가족과 관계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당황하지 말았으면. 운명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왕씨는 상하이 기반 매체인 더페이퍼에 "그가 해준 요리가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기꺼이 요리를 하려고 하는 모습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가) 나무로 된 마네킹만큼 말이 없었던 점을 빼면 크게 나쁜 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가 연인관계로 발전할 것 같지는 않다. 왕씨가 "(상대 남성과 함께 있어야 했던) 상황이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면서 ”보다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는 상대를 찾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왕씨는 성을 제외한 자신의 이름, 나이 등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왕씨는 자신의 사연이 화제가 되자 원치 않는 관심이 불편하다며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영상을 삭제했다. 그는 12일 영상을 올려 "친구들이 계속 전화를 하고 있는데 내 일상에 영향을 주는 수준에 이른 것 같다. 관련 영상을 지금부터 모두 내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BBC는 왕씨가 지금까지도 남성의 집에서 머물고 있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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