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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건 반도체 뿐? 美 공격 한방에 무너진다[양철민의 경알못]

미·중 갈등 장기화에 한국경제 부담↑

반도체 코리아 말하지만.. 美 장비 없이는 '사상누각'

일본, 네덜란드도 美 공급망 올라타며 中 압박

G2 패권경쟁에서 美편 들 수밖에 없어


**'양철민의 경알못’은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경제 기사를 썼지만, 여전히 ‘경제를 잘 알지 못해’ 매일매일 공부 중인 기자가 쓰는 경제 관련 콘테츠 입니다.





최근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본 발(發) 소식에 다시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미·일 양국이 첨단 기술 수출 규제를 논의할 새로운 체제 구축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하며, 반도체와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이 포함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당시 요미우리신문은 이 같은 수출규제가 ‘현대판 코콤’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코콤은 지난 1949년 서방 국가들이 공산권 국가의 군사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설립된 기구로, 공산권 국가들이 붕괴하자 지난 1994년 해산했다. 미국과 일본이 ‘현대판 코콤’을 통해 ‘대국굴기’를 내세우며 기술탈취를 일삼는 중국을 옥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미·일 양국의 조치에 한국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어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또한 자칫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SK하이닉스가 중국 장쑤성 우시 D램 반도체 공장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하려 하자, 지난해 11월 기술유출 우려 등으로 이를 막은 바 있다. 앞서 미국은 SMIC와 같은 중국 파운드리 업체의 EUV 장비 도입을 금지시도 했다. EUV 장비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동맹국 모두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굴기’ 막아라.. 강해지는 美 제재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한 정책을 수년째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중국 화웨이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 역량을 봉쇄하기 위해, 화웨이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서 퇴출시켰으며 여타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도 제한했다. 이같은 기조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그래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대만 TSMC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에 거래고객 리스트 및 거래물량 등 민감정보를 요구하며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본격화 한 바 있다. 당시 기업들은 ‘기업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며 반발했지만 어떤 정부도 미국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의 압도적 파워에 한국의 ‘반도체 초격차’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관련 장비와 핵심 소재 등은 미국과 일본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비교우위’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장비·소재 등 ‘글로벌 분업화’를 기반으로 완성되는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 공급망은 미국이 쥐고 있다.

일본 또한 반조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지난 1990년 미국의 각종 제제에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한국에 내 준 쓰라린 경험 탓에 미국의 공급망 재편의 핵심축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은 지난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 가치를 급등시키며 일본 반도체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트린데 이어 이듬해에는 일본산 반도체 관세 부과를 골자로 한 ‘미일 반도체 협정’을 통해 일본산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했다. 결국 1989년까지만 해도 NEC·도시바·히타치 등 일본 업체가 나란히 1·2·3위(매출 기준)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한국이나 미국 업체가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무역 통계에서 2020년 기준 중국이 2,413억 달러로 미국(1,315억달러)의 2배 수준이지만, 미국과 그들의 동맹국 위주로 짜여지는 공급망 재편 흐름에 줄을 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반도체 코리아? 美 눈밖에 나면 사상누각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에 수입된 반도체 장비 중 일본업체 비중이 39.3%(30억2,000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21.9%(16억9,000만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생산 장비 1위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3위 업체인 램리서치는 미국 기업이며 4위 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은 일본 기업이다.



이 중 미국 장비기업은 반도체 장비 생태계의 핵심 공정 대부분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한다. 안보유망기술센터(CSET)에 따르면 미국 기업은 반도체 증착 관련 장비의 63.8%를 점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에칭(53.1%), 공정제어(71.2%), 기계연마(67.5%), 이온주입(90.4%) 등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반도체 장비시장 전체 점유율은 41.7%에 달하며 일본의 점유율은 31.1% 수준이다. 반면 한국의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은 2.2%에 불과하다.

글로벌 2위 반도체 장비 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 또한 사실상 미국 공급망에 포함돼 있어 장비시장에서 미국의 압도적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ASML이 지난 2012년 미국업체 ‘싸이머’를 인수해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EUV 장비 수출 시 미국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UV 장비는 5나노 이하의 첨단 반도체 제조시 필수 장비로, 대만 TSMC와 삼성전자 간의 EUV 장비 확보전이 수년째 진행 중이다.

ASML의 EUV 장비


국내 반도체 소재 수입액 또한 일본과 미국 비중이 압도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반도체 소재 수입액은 총 92억2,400만 달러 규모로 이 중 일본(38.5%, 35억 5,000만달러)과 미국(11.3%, 10억4,600만달러)이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제조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2020년 기준 수입량의 93.8%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으며 반도체용 웨이퍼에 밑그림을 그리는 포토레지스트리(86.5%)를 비롯해 연마제( 85.5%), 다이본드 페이스트(81.6%), 블랭크마스크(77.5%) 등도 일본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오늘의 세계 경제 -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리스크와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첨단 반도체 생산 기지는 중국 외 지역에 두게 하면서 중국을 지속적으로 통제하는 구도로 반도체 공급망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중국이 반도체 첨단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는 ‘디지털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아 철저하게 신기술 접근을 차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中이 ‘큰손’? 韓 반도체 기업이 ‘판매자 우위’


중국 또한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체 가능한 부분이 많은데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상황이라 미국대비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실제 중국은 갈륨(95.7%), 텅스텐(83.6%), 마그네슘(82.0%) 등 반도체에 필요한 광물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이 높으며 2020년 기준 한국 반도체 수출액 954억 6,000만 달러이며 중 중국 비중이 43.2%에 달한다.

반면 갈륨, 텅스텐, 마그네슘 등은 미국 또한 부존량이 많으며 캐나다, 호주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국내 반도체 수출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D램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나머지는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 몫이라는 중국이 한국산 D램 외에 대체제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중국은 창신메모리 등 자국 D램 업체를 육성했지만 기술격차와 높은 제조 원가 등으로 실패해 한국산 D램에 의존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산 메모리반도체를 구입 중인 중국 내 ‘큰손’은 중국 현지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을 비롯해 글로벌 1위 PC업체인 레노버 등 품질에 민감한 수출기업이 다수라는 점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은 ‘판매자 우위’ 지위를 누릴 수 있다.

양평섭 대외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통상 전쟁은 결국 ‘기술표준전쟁’이라는 점에서 원천기술이 있는 미국과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기술독립을 강화해 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기초기술 강국처럼 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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