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 3개월 전 광주광역시와 서구청이 아파트 품질 점검을 시행했지만 부실 시공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시와 서구청은 민간 전문가와 입주 예정자들로 구성된 공동주택품질점검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점검이 육안으로만 이뤄지는 등 허울뿐인 품질 점검이라 ‘사고 예방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7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와 서구청은 지난해 11월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품질 점검을 시행한 결과 ‘골조 공사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3개월 전이다.
당시 점검에 참여한 한 민간 전문가는 입주민과 시공사 등이 참석한 결과 발표 현장에서 “육안 점검으로 살피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일류 기술진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그런지 대체로 골조 공사에 특별한 문제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시공 상태가 전반적으로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광주시와 서구청은 개정 주택법과 관련한 운영 조례에 따라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공정률 50%와 95% 단계에서 품질 점검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품질점검단은 건축사·기술사·대학교수 등 관련 분야 전문가와 입주 예정자 등 외부 인원으로 구성된다. 광주시는 품질 점검 매뉴얼에 따라 입주민과 시공사·자치구 사이 분쟁을 줄이기 위해 품질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단 입주민 참여는 공정률 95%일 때로 제한한다. 이에 입주민들은 지난해 4월과 5월 다른 지자체 사례를 들어 공정률 50%일 때도 참관을 허용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고 광주시가 받아들였다. 그러나 품질 점검을 참관한 입주민들은 점검 과정에서 제기된 의견을 시공사 측에서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입주민 관계자는 “조적 공사 부실이나 마감재 이상, 누수 등 하자가 육안으로도 확인돼 이의를 제기했지만 (시공사 측은)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얼렁뚱땅 넘어가는 식이었다”고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공사 중인 아파트에 이상이 없는지를 육안으로만 확인하는 등 시늉만 내는 품질 점검으로는 현장 사고를 막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를 계기로 제도를 실효성 있게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골조 점검은 육안으로 확인해서는 알 수 없고 콘크리트 강도와 양생 과정 등을 전문 진단 장비를 통해 세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11월이었으면 동절기 콘크리트 시공에 대비해 점검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졌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현창택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품질 점검의 평가 항목을 세분화하고 항목별로 실질적인 점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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