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현지시간) 사우디의 수도인 리야드에서 나예프 알 하즈라프 걸프협력회의(GCC) 사무총장을 접견했다. 특히 이번 접견에 앞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예프 사무총장이 12년간 중단됐던 ‘한-GCC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선언했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6개국의 지역협력기구다. 한국의 대(對)중동 교역에서 이 나라들과의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달한다. 한-GCC FTA는 2007년 협상이 시작된 뒤 2009년까지 3차례 공식 협상이 진행됐으나 2010년 1월 중단됐다. 당시 GCC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EU, 미국 등과도 협상을 멈췄다.
문 대통령은 접견에서 “양측이 FTA를 체결할 경우 상품 뿐만 아니라 서비스, 투자, 지식재산권, 에너지·기술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이익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예프 사무총장도 “GCC 회원국들과 함께 조속한 시기에 타결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올 1분기 중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문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을 만나 “FTA는 관세를 낮추는 것에 더해 투자나 지식재산권 협력 등을 활성화할 수 있다”며 특힌 신산업 분야 투자 등에서 한국에 유리한 제도적 환경이 구축되도록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다만 ‘FTA 체결로 소비자들이 유가하락을 기대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석유의 가격을 FTA로 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정부로서는 할당관세 등으로 (가격을) 조정을 하는 방안도 있다”며 “이런 부분을 FTA 협상 과정에서 지켜보시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FTA 외에도 나예프 사무총장에게 수소, 의료·바이오 등 분야에서 협력 기반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나예프 사무총장은 한국이 보유한 제조업, 재생에너지, 바이오 등 분야에서의 경험과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GCC 회원국과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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