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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계의 ‘슈퍼볼’…서머스와 크루그먼의 인플레 토론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워싱턴 맨해튼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전개방향, 연준의 통화정책에 관한 경제학계 두 거두의 토론이 있었다. /AP연합뉴스




‘3분 월스트리트’입니다. 지난 주 미국 뉴욕증시는 난기류에 힘들었는데요. 앞으로 시장은 현지 시간으로 25일부터 26일 열리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마이크로소프트(25일)와 테슬라(26일), 애플(27일) 등 빅테크의 실적 발표에 1차로 좌우될 것 같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발표내용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톤, 개별 종목의 성적이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주인데요. 그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겠습니다.

오늘은 미국장 휴일이라 ‘3분 월스트리트’가 없지만 21일 프린스턴대 주최로 있었던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의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에 관한 온라인 토론 내용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천재 경제학자’로도 불리는 서머스는 지난해 인플레에 관해 선견지명을 보여줬습니다. 크루그먼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뉴욕타임스(NYT)에 정기 칼럼을 쓰는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죠. 경제학계의 양대 산맥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벌이는 토론 자체가 흥미로운데요.

신문 기사로 소개가 됐지만 지면 제약에 못 담은 내용들을 더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앞으로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시는데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1라운드 인플레 기간: 서머스 “일시적 인플레 상상도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비합리적”…크루그먼 “지나고 보면 1946~1948년 인플레에 가까울 수도”


지난해 서머스 전 장관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 교수는 각각 “인플레이션이 오래간다”와 “일시적이다”는 쪽으로 나뉘어 강하게 맞부딪혔습니다. 주요 매체에서 설전도 벌였죠.

결과는 서머스 전 장관의 승리입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7% 급등하면서 인플레는 더 이상 일시적이지 않음이 입증됐는데요. 이날 토론에서 크루그먼 교수도 이를 깨끗이 시인했지만 자신의 뜻을 완전히 접지는 않았습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내가 틀렸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물가상승이 나타났다”면서도 “연준이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말을 안 쓰기로 했지만 이 논쟁은 여전히 살아있으며 내년쯤 상황을 되돌아봤을 때 (지금은 2차 대전 뒤 공급문제가 생겼던) 1946~1948년의 상황과 더 비슷했을 수 있다. 그때 물가는 높았지만 이것이 고착화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는데요. 즉, 지난해만 놓고 보면 물가상승이 일시적이지 않지만 2~3년 정도의 일시적 인플레이션일 수 있다는 주장이죠. 역사적 시점으로 더 길게 보면 ‘일시적’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그는 거만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하지만 여전히 힘이 넘치며 경제현안에 날카로운 자신만의 시각을 보여준다. /위키피디아


서머스 전 장관은 “폴과 나는 지난해에 비해 인플레이션에 관해 (의견이) 훨씬 더 가까워졌다”며 크루그먼 교수의 예측실수 발언을 콕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폴의 ‘팀 트랜지토리(Team Transitory·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가 맞았다고 증명되기를 바란다”고 비아냥대듯 얘기한 뒤 “나는 이것이 연준과 주요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것을 안다. 상상도 못할 일은 아니지만 합리적 추측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는데요. 잘 안 맞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낙관적’이라고도 했습니다.

서머스는 또 “재정정책은 코로나 전인 2년 전에 비해 상당히 확장적이며 대규모 유동자산과 높아진 인플레 기대, 물가상승 품목 확산이 나타나고 있다”며 “공급충격을 줄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도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를 고려하면 5~7%이던 물가상승률이 1년 내 2%로 떨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는 식으로 말했죠.

2라운드 인플레 원인: 서머스 “인플레 핵심 원인은 수요”…크루그먼 “일부 수요 왜곡 공급에 더 무게”


크루그먼 교수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두고 공급망과 수요라고 짚었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공급 쪽에 좀 더 무게를 두면서 그래서 시간이 해결할 수 있다는 쪽으로 언급했죠. 그는 “수요는 전반적으로 강세였지만 실제로는 대면활동에 대한 공포가 상품, 특히 내구재 수요에 왜곡을 낳았으며 이는 공급망에 부담을 줬다”며 “추가로 반도체 공급부족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래서 우리는 큰 폭의 가격상승을 봤다. 이는 물가상승의 큰 부분이지만 가장 우려스럽지 않기도 하다”며 “공급망 개선은 생각보다 훨씬 길고 힘들지만 시장은 이를 다시 움직이게 할 유인책이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물류대란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가 지금은 물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며 “높은 가격에 대한 해결책은 높은 가격이라는 말이 있으며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그래서 이 부분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큰 부분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가격이 오르면 생산자들은 더 많이 공급하려 한다는 겁니다.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공급문제는 시장원리로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그래서 물가상승도 꺾일 수밖에 없다고 보는 셈이구요.

폴 크루그먼 교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면서도 대중 인지도도 높은 스타 경제학자다. 지난해 인플레 예측이 실패한 것을 솔직히 시인하면서도 연준의 대응에 있어서는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크루그먼 교수 제공


서머스는 확실히 수요에 무게중심을 뒀습니다. 지난해에도 그는 1조9,000억 달러에 달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19 지원책이 수요를 과도하게 부추길 수 있다고 선제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바 있는데요. 현재의 통화정책도 실질금리가 상당하게 마이너스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를 지나치게 자극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서머스는 “나는 여전히 수요에 중점을 두고 싶다”며 크루그먼 교수의 생각에 반대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인플레이션이 2%를 넘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을 때도 여전히 모든 것이 일시적이라며 금리인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지난 1년6개월은 멍청했다(foolish)고 본다”며 “재정과 통화정책은 둘 다 총수요에 영향을 미치며 총수요를 억제하거나 가속하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3라운드 통화정책: 서머스 “몇 달 전에 QE 끝냈어야 최대 7번 금리인상 필요”…크루그먼 “금리인상 지지하지만 신중해야”


이번엔 해법입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 논쟁과 현재 달라진 점은 연준이 올해부터 긴축에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3월 첫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하고 연내 양적긴축(QT)이 시작되죠. 아직까지 연준 인사들은 4회 안팎의 금리인상을 얘기하고 있는데요.



서머스 전 장관은 “내가 연준이었다면 몇 달 전에 양적완화(QE)를 끝냈고 나는 명확히 모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미팅이 살아있다는(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을 것”이라며 “이는 올해 최대 7번의 금리인상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는 “나는 그것(7번 인상)이 실제로 발생하는지에 대해 자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고려해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7번의 금리인상이 필요하지만 연준은 그렇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뉘앙스죠. 올해 FOMC는 8번이고 1월을 제외하고 3월부터 치면 7번이 됩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보면 결원율과 퇴사율이 실업률보다 인플레를 더 잘 예측한다”며 “나는 분명히 실업률이 몇 년 간 상당히 낮게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도 했습니다. 올해 2%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했지요.

크루그먼 교수도 지금 물가가 높으며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합니다. 하지만 역시 속도와 규모가 중요한데요. 그는 “연준의 인플레 예측 수치가 너무 낮으며 4분기 수치는 이해가 안 된다. 렌트비 같은 상승 요소가 많다”며 “연준의 금리인상을 지지하지만 얼마나 할지에 대한 커다란 의문이 있다”고 했습니다.

워싱턴의 연준. 현재 월가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는 연준이 급브레이크를 밟아 내년 초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점이다. /AFP연합뉴스


크루그먼 교수는 또 “미시간대의 조사에 따르면 1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1년 전보다 약 2%포인트 정도 올랐고 5년 기대 인플레는 0.5%포인트 정도 상승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이 올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이후 어느 정도 정상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말이며 채권시장도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는 3분기 4분기로 가면서 인플레 수치가 꺾이는지에 관심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1994년의 ‘채권대학살’을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연준은 2월부터 1년 간 7차례에 걸쳐 금리를 3%에서 6%로 올렸고 10년 물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시장 폭락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기본적으로 크루그먼 교수는 통화당국이 1946~1948년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것을 모르고 과잉대응을 해 1948~1949년의 경기침체에 일조했다고 보는데요.

서머스 전 장관은 “1994년 연준은 금리를 3%포인트 올렸고 그 결과 장기금리가 급등했지만 총수요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나는 왜 사람들이 금리를 2% 이상으로 올리지 않고도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습니다. 큰 폭의 금리인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4라운드 신흥시장 영향: 서머스 “신흥국 혼란 이유로 비둘기파 주장은 설득력 없어”…크루그먼 "영향 있지만 제한적”


마지막 부분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인데요. 이번엔 두 사람의 의견이 사실상 일치했습니다. 영향이 있겠지만 지금은 1990년대와 달라 후폭풍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건데요.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통화정책이 신흥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달러표시 부채가 많다는 것도 여전히 사실”이라면서도 “미국의 통화정책이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통화정책은 신흥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고 신흥시장의 어려움은 미국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는 보지 않는다”며 “터키의 문제를 두고 유럽연합(EU)의 성장 예측을 바꾸는 사람이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지요.

경제학계의 두 거두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신흥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이는 신흥시장 문제가 미국에 끼치는 영향은 더 적을 것이라는 뜻이다. /연합뉴스


서머스도 비슷한 입장입니다. 그는 “연준이 시장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 시장이 연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것”이라면서도 “진짜 중요한 것은 실물경제”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서머스는 또 “폴의 얘기에 동의한다. 신흥시장들은 과거에 비해 자국통화로 발행한 부채가 늘었으며 외환보유고도 증가했다”며 “이는 우려를 덜어준다”고 했지요. 그러면서 “물론 상당히 가난한 나라들, 코로나를 겪으며 부채가 급증해 문제를 갖고 있는 곳들이 있으며 지금은 민간부채 비중이 꽤 크며 부채재조정에 중국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신흥국을 더 비둘기파적인 통화정책을 주장하는 데 쓰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습니다.

정리하면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부채가 많은 국가를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겠지만 선진국, 특히 미국 경제에까지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서머스 전 장관 발언의 행간에서는 미국의 인플레를 잡는 것이 중요하지 다른 나라를 배려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며 이는 그 근거도 미약하다는 생각이 읽힙니다.

기축통화국과 그렇지 않은 나라와의 차이겠지요. 씁쓸하면서도 미국의 파워를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어쨌든 1월 FOMC가 있는 이번 주도 ‘3분 월스트리트’에서 시장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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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뉴욕=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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