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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철강 수출 쿼터 폐지" 요구에…美 "공급 과잉 심각" 사실상 거부

한미 통상장관 회담서 촉구했지만

美, 11월 중간선거 앞둬 표심 눈치

작년 유럽·일본과는 재협상 나서

업계 "정부 외교력 부재" 목소리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무역대표부(USTR)에서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와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제공=산업통상자원부






정부가 우리 철강업계 수출 물량을 제한한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개선을 위한 협상을 요구했으나 미국 측이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유럽연합(EU)산 철강에 대한 고율 관세를 철폐하고 일본과도 협상을 재개했지만 우리의 철강 쿼터제 폐지 요구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과의 철강 협상이 결국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 미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입지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여한구(사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7일(현지 시간)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통상장관 회담을 열고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와 관련해 국내 우려가 커지는 점을 강조하며 조속한 재협상을 촉구했다.

그러나 USTR은 이날 회담 결과 발표에서 한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USTR은 “타이 대표는 비시장 행위에 의한 세계적 공급 과잉에 따른 도전과 미국 업계의 강한 우려를 강조했다”며 “미국은 철강 산업의 탄소 집약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정리를 위한 현재의 대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기존 EU·일본과의 협상 외에 추가적 협상은 당분간 없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여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철강은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품목”이라며 “미국의 철강 업계들이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 문제를 말하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타이 대표가 미국 측의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또 “유럽과 일본산 철강에는 그간 25% 고율 관세가 부과돼왔으나 한국산 철강은 쿼터 범위(직전 3년 평균 물량의 70%) 내에서는 무관세로 수출돼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정부로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둬 중서부 ‘러스트벨트’ 표심에 민감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외교력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배터리에서 수백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국내 철강업계 숙원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한미 관계의 잘못된 신호”라고 꼬집었다.

한편 한미 양국은 올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0주년을 맞아 ‘신통상 협의 채널’을 구축하고 공급망·기후변화·디지털 등 새로운 통상 이슈들에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 여 본부장은 “지난해 LG와 SK의 지식재산권 분쟁을 미국 통상 당국이 나서 조정해 공급망을 원만히 회복한 것처럼 통상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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