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월드컵 최종 예선에 처음 진출한 게 60년 만에 처음입니다. 한국에서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승리했지만 계속해서 이기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입니다.”
베트남 축구 영웅 박항서(사진) 감독이 지난 1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최종 예선 첫 승리를 따낸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베트남 축구 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건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B조 8차전에서 중국을 3 대 1로 제압했다.
베트남이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거둔 첫 승리이며 중국과의 A매치에서 이긴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더 나아가 동남아시아 국가가 최종 예선에서 승리한 것도 베트남이 처음이라고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 등은 전했다.
박 감독의 지도 아래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최종 예선에 진출한 베트남은 이날 전까지 7연패를 당해 본선 진출이 불발된 상황이었지만 중국을 제물 삼아 값진 첫 승리를 만들어 냈다.
태국은 2002년과 2018년 최종 예선에 올랐으나 각각 4무 4패, 2무 8패로 승리가 없었다.
설날 전해진 낭보에 팜민찐 베트남 총리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찐 총리는 베트남 선수들이 상대의 골망을 흔들 때마다 환호했고 경기 뒤에는 그라운드에서 선수단을 격려했다.
베트남 신문 뚜오이째는 “경기 직후 찐 총리가 그라운드로 내려가 코치진과 선수들에게 축하를 건넸고 선수단 전원에게 ‘세뱃돈(lucky money)’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찐 총리는 “이번 승리는 대표팀이 설날 베트남 국민에게 보내는 선물”이라며 “정부와 베트남 국민을 대표해 코치진과 선수들의 헌신에 감사드린다. 나라를 위해 열심히 싸워 줬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음력으로 새해 첫날이자 동남아 팀이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첫 승리를 거둔 날이다. 선수들과 이 경기를 응원해 준 베트남 국민에게 감사드린다”며 “단순히 승리가 아니라 선수들의 노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축구협회(VFF)와 오는 2023년 1월 말까지 계약을 연장한 박 감독은 이 자리에서 “남은 기간 베트남 축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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