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금리 상승과 강화된 대출 규제로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8년 만에 2개월 연속 줄어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예금금리 인상으로 정기예금에는 한 달 만에 12조 원에 육박하는 뭉칫돈이 들어왔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 6895억 원으로 전월보다 1조 3634억 원 줄었다. 5대 은행 기준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은 SKIET 공모주 청약에 쓰였던 증거금이 다시 은행으로 돌아온 지난해 5월(3조 547억 원 감소) 이후 8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이미 지난해 12월 말 약 1060조 7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2000억 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중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5대 은행에서 1월 가계대출 잔액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봤을 때 지난달 전체 은행 가계대출도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가계대출이 2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2013년 1~2월 이후 약 8년 만에 처음이다.
세부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은 늘었지만 신용대출이 크게 줄어 전체적인 감소세를 이끌었다. 주담대 잔액은 506조 8181억 원으로 전월보다 1조 4135억 원 증가했다. 하지만 신용대출은 137조 421억 원으로 2조 5151억 원이나 감소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담대가 늘기는 했지만 지난해 중반 4조 원대로 늘었던 것에 비하면 증가세가 둔화했다”며 “주택 거래 감소 등의 영향에다 1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강화된 것도 한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3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795건)에 비해 90% 이상 줄었다. 이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 때 크게 늘었던 마이너스통장 수요가 청약 이후 크게 감소하고 1월 설 상여금이 유입되며 전월 대비 감소세가 계속됐다”고 진단했다.
반면 은행권 예금금리 인상으로 정기예금 잔액은 크게 늘었다. 정기예금 잔액은 666조 7769억 원으로 한 달 사이 11조 8410억 원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은행들이 금리를 비교적 큰 폭으로 올린 반면 자산시장은 조정을 받으면서 정기예금에 돈이 많이 몰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 잔액은 684조 6822억 원으로 한 달 사이 10조 5628억 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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