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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체크] 화이자 CEO가 백신 접종 거부하고 FBI에 체포됐다고?…가짜뉴스 판친다

[김연하의 글로벌체크]

얼토당토않은 내용 태반에

거짓으로 밝혀져도 돌고 돌아


결국 한국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2만명을 넘겼습니다. 설 연휴와 맞물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정부는 방역수칙 준수와 백신 접종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여전히 백신과 관련된 어처구니 없는 허위 정보가 판치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해외에서 이미 거짓으로 밝혀진 내용들임에도 여전히 국내에서 오픈카톡방 등을 타고 퍼지고 있는데요. 오늘 글로벌체크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그 중에서도 화이자 백신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알아봅니다.

화이자 CEO, 정작 본인은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

온라인 카페와 블로그, 오픈카톡방 등에서 널리 퍼졌던 허위정보 중 하나는 바로 화이자의 최고경영자(CEO)인 앨버트 불라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내용은 아래와 같은 사진을 타고 퍼지고 있는데요. 아래는 제가 최근 오픈카톡방에서 받은 사진입니다.

온라인상에서 퍼진 알버트 보울라 화이자 CEO와 관련된 사진. 보울라 ceo가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 이 내용은 지난해 3월 말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가짜뉴스입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는 '코로나 백신 접종을 거부한 화이자 CEO'라는 태그와 함께 불라 CEO가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이 영상에는 불라 CEO와 미 CNBC방송과의 인터뷰가 포함돼 있는데요, 언제 백신을 접종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현재 59세로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접종을 하지 않는 것을 권고받았다"고 답합니다.

국내에서 퍼진 사진이 바로 이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 것인데요. 이 인터뷰는 지난 2020년 12월 14일 진행됐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첫 긴급 사용 허가를 내린지 불과 3일 뒤에 이뤄졌죠. 당시 불라 CEO는 "가능한 한 빨리 (접종) 할 것"이라며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새치기를 하는 사례가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불라 CEO는 이 인터뷰 이후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고, 지난해 3월 자신의 트위터에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받아 기쁘다"는 내용의 트윗도 올렸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부스터샷을 접종했다고 밝히기도 했죠.

결국 문제의 사진은 과거의 인터뷰 일부분만을 짜깁기한 허위 정보입니다. 지난해 이 같은 가짜뉴스가 미국에서 널리 퍼지면서 AP통신 등 다수의 언론도 이미 지난해 3월 이를 지적했습니다. 당시로부터 무려 1년 가까이가 지났지만, 여전히 가짜뉴스는 사라지지 않고 오픈카톡방 등을 떠돌고 있는 겁니다.

보울라 CEO가 사기 혐의로 FBI에 체포됐다는 내용이 담긴 트윗 등. 트위터 등 캡쳐


■화이자 CEO, 사기 혐의로 FBI에 체포됐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백신이라서일까요. 불라 CEO를 둘러싼 가짜뉴스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그가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는 내용도 오픈톡방과 각종 온라인 카페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가짜뉴스입니다.

먼저 이 가짜뉴스는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등장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한 보수성향의 블로그에 이 같은 내용이 게재됐는데요, 이 블로그는 불라 CEO가 미국 뉴욕 교외에 있는 자택에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올렸습니다. 이 기사에는 불라 CEO가 코로나19 백신의 효능과 관련해 고객을 속인 사기 혐의를, 화이자는 데이터를 위조하고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AP통신은 이 기사를 작성한 매체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문의에도 답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는 가짜뉴스였습니다. 해당 기사가 올라온 날로부터 두 달 이상이 지났지만 불라 CEO는 체포되지 않았고, 기소되지도 않았죠. 화이자 측도 이 기사가 가짜뉴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AP통신은 불라 CEO가 체포됐다던 날 정작 그는 미 CNBC방송과 CNN에 출연했다고도 전했습니다.

■가글로 코로나19 종식한다?

코로나19를 둘러싼 가짜뉴스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일본 등 10개국이 코로나19와 관련된 모든 검역 절차와 검사, 백신 접종을 취소했다는 내용도 오픈카톡방을 떠돌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독일 과학자들이 가글을 코로나19 종식의 해결법으로 제안했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이 글은 영문버전도 첨가해 나름(?) 신빙성을 높였습니다.

오픈카톡방에 등장한 코로나19 관련 가짜정보. 가글로 코로나19 전염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카카오톡 캡쳐


먼저 이 카톡 메시지가 언급한 국가들을 살펴볼까요. 터키와 브라질은 입국객에게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더 나아가 백신접종 증명서도 요구하고 있죠. 영국의 경우 백신 2차 접종 완료 입국객에 대해서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도록 규정을 완화했지만, 미접종자에 대해서는 입국 전 검사와 입국 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여전히 의무화했습니다. 스페인은 오히려 입국객들에 대한 방역조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부터 스페인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도착 48시간 전이 아니라 24시간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 밖에 마스크 착용과 모임 인원 제한, 영업시간 제한 등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스웨덴은 다음달 9일부터 대중교통과 매장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식당에서의 백신 패스 등 대부분의 방역 조치를 철폐하기로 했습니다. 마스크 착용은 병원과 요양시설 등에서만 권고됩니다.

다음으로는 가글을 통해 코로나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글은 ‘Abmonak’이라는 이름의 용액을 이용해 가글을 할 경우 목과 입이 알칼리성으로 변해 코로나바이러스가 번식할 수 없어 결과적으로 일주일 안에 독일 전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먼저 ‘Abmonak’이라는 이름의 용액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글을 통해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 역시 말도 되지 않죠.

가글을 통해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의 트윗. 트위터 캡쳐


이 역시 해외에서 먼저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트위터상에서 ‘Abmonak’으로 검색할 경우 위 사진과 같은 내용의 다수의 트윗이 검색되기 때문이죠.

코로나19 팬데믹 3년차에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이 지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에 이끌리는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퍼나르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코로나19 종식으로부터 한 걸음 더 멀어지게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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