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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놓고 '한복 도발' 했는데…한복 입은 장관은 항의도 안했다

■中, 전세계 지켜보는 개막식서 '문화공정' 논란

조선족옷이라며 버젓이 한복 입어

개막식 참관 황희 장관은 지켜만봐

갈수록 중국 동북공정 도 넘는데도

정부 "오해 소지" 저자세 외교 일관

여야는 물론 국민들도 일제히 비판

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중국의 56개 소수민족의 하나인 조선족을 대표하는 여성이 한복 복장으로 등장해 중국의 오성홍기를 옮기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 시간) 중국 국가체육장에서 진행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도중 중국 국기를 전달하는 ‘소시민들의 국기 전달’ 공연에서 연분홍 한복 차림의 댕기 머리 여성이 등장해 전 세계 생중계 중인 카메라에 포착됐다. 중국 사회 각계 대표와 56개 중국 소수민족 대표 등이 참여한 퍼포먼스였다. 일각에서는 옌볜 자치주를 이루고 있는 조선족의 전통 의상을 선보인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한복을 중국 문화로 편입시키려는 ‘문화공정’이라는 비판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중국의 56개 소수민족의 하나인 조선족을 대표하는 여성이 한복 복장으로 등장해 카메라에 포착됐다. 베이징=연합뉴스


△"아리랑·김치·갓 모두 중국 것"이라니=비판 여론의 근원은 중국이 그간 우리나라의 역사·전통을 교묘히 자국 문화로 둔갑시킨 전력에 있다. 중국은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아리랑을 비롯해 한복·김치·삼계탕·상모돌리기·갓 등의 우리 전통문화를 자국 문화로 소개해 논란을 양산했다. 중국이 2002년부터 추진한 ‘동북공정’이 역사 왜곡이라면 김치를 파오차이, 삼계탕을 광둥식 요리로 알리는 것은 문화공정의 일환으로 비판을 받았다.

한국 문화 홍보 활동으로 유명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6일 서울경제와의 통화해서 “아무리 중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대표하기 위해 등장시켰다 해도 이미 중국은 너무 많은 ‘한복공정’을 펼쳐 왔다”면서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백과사전은 ‘한복(韓服)’이 ‘한푸(漢服)’에서 기원했다는 잘못된 사실을 주장하는가 하면 이미 지난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홍보 영상에서도 한복과 상모돌리기를 등장시켜 논란을 빚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일제히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5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화를 탐하지 말라. 문화공정 반대”라고 게시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복은 대한민국 문화”라며 “중국 당국에 말한다. 한푸가 아니라 한복”이라고 적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고구려와 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라며 “(고구려와 발해 역사는) 남의 것이 아니다”라는 말로 비판적 입장을 에둘러 드러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이소영 대변인은 SNS에서 “걸핏하면 불거지는 중국의 동북공정·문화공정은 매번 해소·해결되지 못하고 지금까지 쌓여 왔다”면서 “우리 2030 청년들이 강한 반중 정서를 갖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화살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현장에서 참관한 정부 관계자들을 향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복을 입고 직접 개막식을 관람한 것을 두고 황규환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관이 한복을 입고 관중석에 앉아 바라만 본다고 해서 우리 문화가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 측에 항의 표시와 재발 방지 약속 요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문체위원들은 단체 성명을 통해 현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중국의 ‘도를 넘은’ 동북공정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봤지만 아무런 대처 없이 수수방관한 것을 문제로 지적하며 “정부는 중국 정부에 대한 친중 굴종 외교를 중단하고 강력한 항의 조치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대한 유감 표명을 즉각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비판 여론에도 정부는 수수방관=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중국에 있는 박병석 국회의장은 6일 현지에서 진행한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한복은 우리의 대표적 문화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한중 간에) 상호 고유 문화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2시간 이상의 만찬회담을 진행한 박 의장은 “(한복과 관련해) 한국에서 진행되는 논란과 우려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면서 “(리 상무위원장이) 한국 측 입장을 관계 부처에 전달하고 한국 측의 관심을 고려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박 의장은 이것이 우리나라의 공식 입장인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앞서 5일 황 장관은 베이징 시내 메인 미디어센터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소수민족’이라는 표현은 그 민족이 하나의 국가로 성장하지 못한 경우를 주로 말한다”면서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큰 나라로 존재하고 있는데 양국 간 좋은 관계에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교적 항의 계획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황 장관은 “(공식적인 항의 등) 그럴 필요까지는 현재 생각 안 하고 있다”면서 “싸우자고 덤벼드는 순간 과연 실익이 뭐가 있느냐, 짚어 줄 건 잘 짚어 주고 더 좋은 방향으로 조언도 해 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미국 등 12개국이 ‘외교적 보이콧’으로 불참했고 이와 관련해 중국 공산당은 선수들이 정치적 사안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제재하겠다고 공식화하는 등 시작 전부터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 정신보다 갈등과 긴장이 불거졌다.

지난 4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한창인 가운데 베이징올림픽주경기장 위로 폭죽이 오륜기 모양을 그리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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