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유럽연합(EU)이 24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희토류 수출 제한 완화에 합의했다고 전해졌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희토류 원소와 자석의 수출을 원활하게 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에 합의했다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언급했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새로운 방식의 업그레이드된 수출 공급 메커니즘에 합의했다”며 “(공급에) 병목 현상이 생기면 이 메커니즘을 통해 문제점 등을 즉시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중국의 희토류 공급이 가장 큰 이슈였고, EU 지도자들과 리창 중국 총리의 별도 회담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관세 부과로 압박을 강화하고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이어가자 중국은 지난 4월 희토류 원소와 자석 수출에 대한 허가를 강화하며 맞대응했다. 이후 대외 수출량이 크게 줄었고, 미국은 물론 유럽도 희토류 공급 부족에 시달렸다.
중국은 ‘희토류 무기화’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부터 엔비디아의 H20 인공지능(AI) 칩 수출 재개를 이끌어냈다.
중국은 지난 5월 희토류 공급을 감축해 EU의 불만이 커지자 6월에는 공급량을 대폭 늘렸다. 지난 6월 중국의 전기자동차·풍력터빈·스마트폰·항공우주선 등에 쓰이는 희토류 자석 수출 물량 3188t 중 43%(1364t)이 EU로 향했다. 전월 EU로의 수출 비중 32%와 비교할 때 11%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전날 “중요 원자재에 대한 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중국의 노력을 인정한다”며 “중국과 EU 무역 관계의 신뢰 회복을 위해 (희토류 공급과 관련한) 진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EU는 중국으로부터 중요 원자재를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공급받아야 한다”며 “중국이 신뢰받는 공급자이자 파트너로서 인정받는 것이 중국의 장기적인 경제적,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SCMP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이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며, 이 발언에 비춰볼 때 “중국과 EU의 새로운 희토류 공급 메커니즘이 유럽이 바라는 ‘구조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과 EU는 정상회담을 통해 최대 화두였던 희토류 수출 관련 이전보다 진전된 결과를 이끌어냈으나 사안별로 이견이 크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중국은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를 지적했으나 EU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문제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이 계획보다 축소되고 우크라이나 전쟁, 산적한 통상 현안을 두고 결론을 내리지 못해 ‘빈손 회담’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 속에 양측은 계속해서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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