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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베이징 올림픽이 쓸쓸하게 보이는 이유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GPS'호스트

주요국, 인권문제로 외교적 보이콧

선수들만 텅 빈 경기장에서 시합중

習은 2년간 나라밖 나간 적 없어

세계 중심 외치더니 단속·폐쇄만





이번 칼럼의 화두는 두 개의 올림픽이다. 독자들은 전례 없이 뜨거웠던 2008 베이징 하계 올림픽을 기억하는가. 당시 중국은 놀라운 경제력과 세련된 첨단 기술로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작심한 듯 자국의 소프트 파워 역량을 풀어놓았다. 호주·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언론은 호들갑스러운 헤드라인으로 중국에 경의를 표했다. 호주의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오늘 밤 베이징은 10점 만점에 10점”이라며 올림픽 개막식을 후하게 평가했고 런던의 이브닝스탠더드는 지난 2008년 하계 올림픽을 “세계의 지도자들 앞에서 중국의 위대한 신시대가 개막됐음을 알린 사건”으로 묘사했다. 전현직 미국 대통령 가운데 최초로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조지 W 부시도 “내 기대치를 완전히 뛰어넘었다”며 칭찬 릴레이에 가세했다.

떠들썩했던 2008 하계 올림픽을 4일 개막한 베이징 동계 올림픽과 비교해보자. 미국·영국과 호주 등 하계 올림픽에 찬사를 보냈던 주요국들은 인권 문제를 이유로 동계 게임에 정부의 공식 사절단을 파견하지 않는 이른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서방 주요국 가운데 올림픽에 맞춰 중국을 방문하는 정부 수반은 단 한 명도 없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낼 스타급 해외 정치인은 최근 들어 중국과 부쩍 가까워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일하다. 올림픽 열기도 찾아보기 힘들다. 선수들은 관중의 뜨거운 함성도, 올림픽 찬가도 들리지 않는 썰렁한 경기장에서 시합을 벌여야 한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외국인들의 중국 여행이 거의 불가능한 데다 일반인들의 경기장 출입 또한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거의 텅 빈 관중석을 배경 삼아 취재진만 바쁘게 돌아가는 운동장과 경기장은 TV 스튜디오를 연상시킨다.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은 베이징의 고질병 중 하나인 정부의 경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호하고도 효과적인 대응책으로 코로나19의 초반 기세를 꺾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팬데믹 억제 전략을 수립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대략 89만 명인 데 비해 중국이 보고한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5000명을 밑돌았다.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사망자 수치를 낮춰 보고했을 가능성을 감안한다 해도 둘 사이에는 뛰어넘을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듯 중국은 지금에야 비로소 진짜 코로나19 악몽을 꾸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중국이 추구하는 ‘제로 코로나19’ 정책은 손가락으로 댐의 구멍을 막으려는 시도만큼이나 무기력하게 보인다. 게다가 중국이 자체 개발한 백신은 오미크론 돌파감염에 힘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보태 중국의 14억 인구 중 확진자 수가 약 12만 명에 불과하다는 정부의 공식 통계도 우려를 자아낸다. 중국산 백신에 의한 면역 혹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집단 면역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유라시아그룹은 매년 1월 10대 글로벌 리스크 순위를 발표한다. 올해의 명단 최상단에 오른 리스크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19 정책’이었다.

중국의 코로나19 정책은 여러 면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그중 첫 번째는 중국의 고립이다. 지난 2년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고위 관리들은 단 한 번도 나라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중원을 방문한 외국의 외교관과 기업인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외국 관광객의 입국은 사실상 금지됐다. 과거 수십 년 동안 세계를 향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며 국제무대의 주역으로 행세하던 것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중국의 개혁을 시작하면서 덩샤오핑은 ‘개혁과 개방’을 입에 달고 다녔다. 그가 외치던 ‘개방’은 이제 아득한 기억처럼 느껴진다. 오늘날 중국에서 들려오는 주문은 ‘단속’과 ‘폐쇄’다.

어떤 면에서 코로나19는 중국형 모델의 결정적 결점을 드러내 보여준다. 베이징의 정책 결정은 숨 막힐 정도의 효율성을 과시한다. 거기에 비해 서방의 민주적 정책 결정 과정은 혼란스럽고 결과물의 내용도 종종 신통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독재자가 채택한 정책을 바꿀 필요가 생겼을 때 지도부가 코스를 변경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중국 정부의 경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최고의 예로 1980년대에 탄력을 받았던 ‘한 자녀 정책’이 꼽힌다. 이 정책은 중국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 우려 속에 경제마저 휘청대던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에나 통했을 법한 전략이다. 활기찬 노동인구가 귀중한 자산으로 간주되던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한 자녀 정책은 심각한 역효과를 냈다. 하지만 베이징 정부가 이를 고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현시점에서 볼 때 한 자녀 정책의 효과를 뒤집으려는 노력은 늦은 감이 있다. 반면 민주정체(政體)는 숱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독재 체제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정책과 정책 결정자를 바꿀 수 있다.

오늘날 많은 미국의 정치인은 공권력을 이용해 경제성장을 이뤄내는 중국 정부의 효율성과 능력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이들은 우리도 중국처럼 정부가 전국의 우수 기업들을 선정해 관세와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는 등 보다 직접적인 산업 정책을 채택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피력한다.

여기서 중국의 내부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베이징은 일부 영역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뒀지만 그와 동시에 한 자녀 정책 고수에서 부채 축적에 이르기까지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중국 정부의 블랙박스는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이 훨씬 인상적이다. 반면 경제와 정치·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개방성과 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미국은 종종 혼란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식 모델은 효율적으로 보이는 중국 정부의 많은 모델이 실패한 것과 달리 수백 년의 세월을 꿋꿋하게 버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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