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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해저·우주·사이버공간까지…인류의 목숨 건 '땅따먹기'

■국경전쟁 (클라우스 도즈 지음, 미래의창 펴냄)

열강이 그어놓은 국경선 갈등 속

기후변화 탓 빙하 녹아 분쟁 격화

해저 광물·에너지원 확보전 치열

'누구의 것' 아닌 우주·사이버공간도

美·中 등 야욕 드러내며 선점 경쟁

지난 해 11월 24일(현지시간)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마카티시에 있는 중국 영사관 앞에서 활동가들과 어부들이 지난주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군용 물자 보급선에 중국 함정이 물대포를 쏜 데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국경’이란 단어에 일차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게 길게 뻗은 높은 장벽이나 날카로운 철조망이다. 조금 더 자연적인 관점에서는 험준한 산맥이나 폭이 넓은 강을 연상할 수 도 있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산맥과 강도 ‘자연적으로’ 정해진 국경은 아니다. 특정한 욕망을 가진 인간이 역사와 자연에 개입한 결과다. 미국 대학가에서 필독 교양서 중 하나로 꼽히는 ‘경계지대/국경(1987)’의 저자 글로리아 안살두아의 말처럼 국경은 “안전지대와 불안전한 지대를 규정하기 위해, 그들과 우리를 구별 짓기 위해 설정”한 인위적 선(線)이다.

여기에 민족주의를 과도하게 강조한 감성적 교육까지 더해지면 국경의 의미는 압도적으로 커진다. ‘내 지대’와 ‘우리’를 지키기 위해 서로 경계하고 대치하며, 때로는 목숨을 걸고 싸울 명분이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의 국경 지대가 갈등과 분쟁에 휩싸여 있다. 한국과 북한, 미국과 멕시코, 중국과 인도, 인도와 파키스탄, 적도기니와 카메룬 등 위험한 국경은 일일이 꼽기 힘들 정도다.

지상의 국경에서 벌어지는 일촉즉발의 상황은 긴장과 경계감을 고조시키고, 사람들을 끝없는 불안에 시달리게 한다. 하지만 장벽이나 철조망은 차라리 쉬운 문제다. 국경 갈등은 훨씬 더 복잡한 양상으로, 광대한 차원에서 진행된다. 때로는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더 첨예하고 심각한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영국 런던대의 지정학 교수 클라우스 도즈는 저서 ‘국경 전쟁(원제 : The new border wars)’를 통해 우려한다.

강대국들이 인위적으로 그은 국경선은 오늘날에도 분쟁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그건 국경 역할을 하던 강과 빙하, 산맥 등이 지구 온난화로 변형되고 있는 점은 새로운 국경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픽사베이


우리가 지도나 지구본에서 볼 수 있는 국경선들은 사실 고정돼 있지 않다. 제국주의 열강들이 자를 대고 지도 위에 그은 선이 오늘날까지 긴장과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천연 국경인 산맥과 강, 호수마저 싸움의 장으로 변했다. 빙하가 녹으면서 과거에 설정한 경계가 모호해지고, 강과 호수를 사이에 둔 이웃나라들이 수자원 확보를 놓고 적대하는 사례도 빈번히 나온다. ‘푸른 황금’이라고 불리는 대수층, 즉 지하수를 대거 함유하고 있는 암반층을 놓고 다투기도 한다.

바다 아래에서는 국경 문제가 더 위험하게 진행되고 있다. 첨단 기술의 발달과 어족 자원 및 해저 광물·에너지원 확보, 해수면 상승 등의 문제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은 첨단 수중 센서와 향상된 원거리 조작 기술, 드론 등을 동원해 해저에서의 국가 능력을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물밑 경쟁은 새로운 냉전 그 자체다. 남중국해에서는 중국이 남진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가운데 베트남, 필리핀, 대만이 중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 역시 국익과 직결된 이 지역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작은 섬나라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예를 들어 몰디브의 경우 현재는 광범위한 배타적경제수역(EEZ)를 갖고 있지만, 해수면 상승으로 암초와 섬들이 물밑으로 사라지게 되면 강대국들이 몰디브 주변으로 몰려와 ‘이제는 공해(空海)’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지구 온난화에 책임 있는 선진국들이 국토 수몰 후 대거 발생할 난민들의 생존 대책에 관심을 기울이기 보다 새로운 ‘땅 따먹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해 7월 2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서부 사막지대 발사 기지에서 미국 우주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의 로켓 '뉴 셰퍼드'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늘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영공 침범 문제를 넘어 우주 패권 전쟁을 떠올려야 한다. 지금도 2500개가 넘는 인공위성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지구 주변을 빽빽하게 돌고 있는데,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우주군을 창설했다. 아마존, 테슬라 등 민간 기업들은 정부보다 더 빠르게 우주 선점에 나섰다. 110개국이 서명한 우주 조약은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하는 외계 공간은 특정 국가에 귀속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어떤 국가도 이를 준수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사이버 공간 역시 무국적 공간이라는 이유로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와중에 세상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 19 팬데믹은 ‘국경 문제’를 달리 생각해볼 기회가 되고 있다. ‘나’를 지키기 위해 선을 긋고, 문을 걸어 잠그는 행위가 과연 합리적인 생존 행위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답은 ‘아니오’다.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명백히 드러났듯이, 각 나라가 홀로 잘 살 수는 없다. 국경 갈등의 핵심 원인이 되고 있는 에너지 부족과 식량자원 고갈, 기후위기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기적인 해결책만을 고수해 끝내 홀로 생존하길 원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1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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