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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폭언·폭행 무방비 노출…보호관찰관 5명 중 1명 PTSD

직무 스트레스 57.2점…119 대원 4배

정신적 트라우마 잦지만 치료 여건 부족

1인 당 118건 담당…OECD 평균 4배





보호관찰관 A 씨는 지난해 6월 악몽 같은 나날을 보냈다. 그는 택시 기사를 흉기로 살해한 피의자를 접견했다가 몸과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피의자는 진술 거부권 등이 적시된 서류에 서명을 하라고 건네준 볼펜으로 순식간에 A 씨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당시 구치소 접견실에는 A 씨를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었다.

보호관찰관 B 씨는 전자 감독 대상자의 집을 방문했다가 지금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갑자기 연락이 끊겨 찾아간 집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상자의 주검이었다.

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지도·감독하는 보호관찰관들은 직업 특성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들 중 상당수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어 제도 정비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법무부의 의뢰로 조윤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연구팀이 보호관찰관 3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호관찰관의 직무 스트레스 평균 점수는 57.2점으로, 119 구급대원의 네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척도를 활용한 다른 선행 조사에서 119 구급대원의 점수가 14.57점, 육군 간부의 평균 점수는 49.32점인 것을 고려하면 보호관찰관의 직무 스트레스가 위험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게 연구팀이 내린 결론이다. 또 전체 응답자의 5명 중 1명꼴인 20.1%(65명)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접한 충격적 사건으로 PTSD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보호관찰관들은 특히 흉악범들이 언제 다시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는 긴장감이 스트레스의 주 원인이라고 호소했다. 주말까지 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위급 상황 발생 시 즉시 윗선과 관련 부처에 보고해야 하는 조직 분위기가 보호관찰관의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호관찰관 한 명이 부담하는 업무량 자체도 과중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보호관찰관의 업무량은 1인당 118건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27.3건)의 네 배 수준이다.

보호관찰 기간에 범죄자가 본인의 가족·지인을 상대로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느끼는 상실감과 죄책감도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대상자의 개인 삶을 대부분 알고 있고 주변인까지 모두 파악한 상황에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심리적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호관찰 공무원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배려와 지원은 크게 부족하다. 연구팀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심층 면접 참여자 6명 전원이 근무 중 신체·심리적 충격을 입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사건을 경험했으나 사후 심리 치료, 상담 서비스 등을 전혀 제공받지 못했다. 보호관찰관의 스트레스 심화는 범죄자들에 대한 보호관찰의 질적 저하로 이어져 사회적으로도 치명적이다.

이에 따라 조직 차원에서 보호관찰관의 업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보호관찰 공무원 개인과 가족이 상시 이용할 수 있는 종합 심리 상담 서비스 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조 교수는 “보호관찰관 1인당 업무량을 조절하고 실무자급의 의견을 조직의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조직 문화를 쇄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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