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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스피치 실력이 좋아야 좋은 대통령이 될까?

[리뷰] 리더의 스피치를 다룬 영화 '킹스 스피치'

말 못하는 좋은 지도자의 트라우마 극복기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미국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1960년 그가 대통령 후보이던 당시 베테랑 정치인으로 당선이 유력했던 리처드 닉슨 후보와 토론으로 맞붙었다. 사람들은 모두 닉슨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말을 더듬고 기운 없는 모습의 닉슨과 달리 케네디는 젊고 패기 넘치는 언변으로 토론을 이끌었다. 그리고 케네디는 대선을 통해 당선된 미국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 됐다. TV가 발달하고 대선 토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리더에겐 스피치 실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 사진=연합뉴스




'킹스 스피치'는 리더의 연설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 정국을 떠오르게 했다. 우리나라 제20대 대통령 후보들은 스피치의 중요성을 알고 각자 차별화를 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여러 지역을 방문하며 대본 없는 즉석연설을 통해 '소통'의 강점을 부각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종종 지적받던 비언어적 습관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며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정치 입문 당시 조용하고 미숙해 보이던 스피치 태도를 개선해 최근에는 큰 목소리로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논리적이고 결연한 말하기로 대선 토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 사진=영화 '킹스 스피치' 스틸컷


작품은 이들보다도 훨씬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왕자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1925년 웸블리에서 열린 대영제국 박람회 폐회사를 왕 조지 5세(마이클 갬본)의 차남 요크 공작(조지 6세, 콜린 퍼스)이 맡게 됐다. 그러나 요크 공작은 심한 말더듬이였기에 연설을 이어가지 못한다. 웸블리 관중들이 뒤돌아 요크 공작을 쳐다보는 장면은 마치 시청자가 요크 공작이 된 듯한 1인칭 연출로 긴장감을 자아냈다. 마이크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관중들의 눈은 바늘처럼 날아와 그의 입을 더 꿰매버렸다.

저명한 박사의 치료에도 말더듬이 증상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요크 공작의 아내 엘리자베스 부인(헬레나 본햄 카터)은 수소문 끝에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쉬)를 찾아간다. 왕자인 것을 알고도 동요 없이 '버티'라고 애칭을 부르며 평등하게 다가가는 라이오넬과 그에게 마음을 쉽게 열어주지 않는 요크 공작. 두 사람의 치료는 그렇게 시작된다.

/사진=영화 '킹스 스피치' 스틸컷


기억은 보통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지만, 때로는 점점 강해지며 한 사람을 갉아먹기도 한다. 요크 공작은 라이오넬과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어린 시절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교정 당하고, 안짱다리를 고치기 위해 강제로 부목을 대거나, 유모의 학대 등 강압적인 양육 환경에서 기인한 트라우마를 고백한다. 어릴 때의 나쁜 기억들이 그를 말더듬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아직도 '훈육'이라는 명목하에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작품은 아동학대를 해선 안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한다.

조지 5세는 장남 에드워드 8세(가이 피어스)보다 차분한 성격의 요크 공작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싶어 했다. 히틀러와 스탈린이 유럽을 삼키려는 상황에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끌 리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드워드 8세는 미국 출신의 유부녀 심슨 부인(이브 베스트)과 사랑에 빠져 왕위를 포기하려고까지 한다. 요크 공작은 꼼짝없이 왕이 될 상황에 처했다. 1930년대는 라디오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시기였기에 왕에게는 연설 능력이 필수였다. 영화 후반부 조지 6세의 "왕이 권위를 갖는 건 국민을 대변하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국민을 대변하는 존재가 말을 잘 못하면 권위와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조지 5세가 건강 악화로 사망하고 에드워드 8세는 조지 6세에게 왕위를 넘긴다. 얼마 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조지 6세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사기 진작을 위한 전시 연설을 해야 했다. 왕이 되고 처음 하게 되는 라디오 연설이 하필 전쟁 선포였던 것. 게다가 상대편의 히틀러는 선동의 달인, 달변가였다. 촉박한 원고 연습 시간이 끝나고, 곧바로 라디오 생방송이 시작된다. 라이오넬은 마이크 맞은편에 서서 그를 안심시킨다. "다른 건 다 잊고, 저를 보고 말하세요. 친구한테 말하듯이."

/사진=영화 '킹스 스피치' 스틸컷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합을 맞추는 장면은 그 무엇보다도 강한 우정의 힘을 느끼게 했다. 라이오넬의 치료 과정을 보면 '해와 바람' 이솝 우화가 떠오른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긴 건 강력한 바람이 아닌 따뜻한 햇빛이었다. 바람은 오히려 옷을 꽁꽁 여미게 할 뿐이다. 아버지 조지 5세와 라이오넬은 각각 바람과 햇빛을 상징하는 듯했다. 라이오넬 로그는 조지 6세의 마음속 깊은 상처를 보듬어준 치료사를 넘어선 친구라는 존재가 됐다. 처음에는 '스피치 잘 하는 법'을 알려주는 영화인 줄로만 알았지만 실상은 신분을 뛰어넘은 우정이라는 큰 가치를 그려낸 작품이었다.

작품은 '내려놓는 법'도 알려준다. 처음에는 말 더듬는 자신을 "불량품 꼭두각시"라고 말하던 조지 6세가 영화 말미에는 "좀 더듬어야 나인 줄 알죠"라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여준다.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임으로써 자신감이 높아지고 여유를 갖게 된 것이다.

/사진=영화 '킹스 스피치' 스틸컷


콜린 퍼스와 제프리 러쉬의 연기가 극 전체를 끌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콜린 퍼스는 조지 6세의 말더듬이 연기를 완벽하게 선보였다. 그의 뛰어난 연기는 영화에 완벽히 몰입하게 만들며 '이번에는 제발 더듬지 말길' 응원하게 했다. 콜린 퍼스는 이 작품으로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 제6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제프리 러쉬는 실제 언어치료사가 된 듯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는 인물을 그려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두 사람의 연기는 국가의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 친구의 우정, 트라우마 극복 등 여러 주제를 산만하지 않게 잘 풀어냈다. 좋은 연출, 각본과 연기가 완벽 하모니를 이루면서 '킹스 스피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외에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까지 휩쓸었다.

◆ 시식평 - 때로는 친구만 한 만병통치약이 없다

+ 요약
제목: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장르: 드라마

연출: 톰 후퍼

각본: 데이빗 세이들러

출연: 콜린 퍼스, 제프리 러시, 헬레나 본햄 카터 외

제작: 영국 영화 진흥위원회, 시소 필름스, 베들렘 프로덕션스

수입/배급: 화앤담이엔티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개봉: 2011년 3월 17일 (국내) / 2011년 1월 7일 (영국)

볼 수 있는 곳: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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