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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올림픽으로 결방한 '악의 마음'을 기다릴 땐, '마인드 헌터'

[리뷰] 프로파일링의 시초를 담은 넷플릭스 '마인드 헌터'

범죄수사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마인드 헌터' / 사진=넷플릭스




한국의 프로파일러는 미국의 프로파일러에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그렇다면 최초라 불리는 미국 프로파일러는 어떻게 등장하게 됐나. 한국에는 프로파일러의 탄생을 담은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있다면, 미국에는 '마인드 헌터'가 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올림픽 여파로 3주 동안 결방한 가운데, '마인드 헌터'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인드 헌터'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행동과학부 요원들이 잇달아 발생하는 강력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살인범들과 대화를 시작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국내 프로파일링 수사의 시작을 담은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미국판인 드라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국영수(진선규)가 송하영(김남길)에게 프로파일러직을 제안하면서 건넨 책이 FBI의 전설적인 프로파일러 존 더글러스의 회고록 '마음의 사냥꾼'으로 '마인드 헌터'의 원작이다.

1970년대, 인질 협상을 주 업무로 하던 FBI 특수요원 홀든(조나단 그로프)는 협상 도중 범인이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심한다. 이후 FBI 경험을 전국의 경찰들에게 강의하는 빌(홀트 맥칼래니)과 만나게 되고, 범죄자들의 성향을 분석해 범죄를 예방한다는 뜻을 합치게 된다. 이들은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프로파일링 기법의 기초를 닦는다.

1970년대 전의 살인 사건들은 대부분 원한, 치정, 돈 문제 등 분명한 범행 동기를 지녔기에 경찰은 피해자의 주변 인물이나 관계를 파악해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연쇄살인사건이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일명 '묻지마 범죄' 등 범행 동기가 불분명한 사건이 발생한다. 일반적인 수사 기법만으로 범인을 검거하는 데 한계가 생기면서 용의자의 성격과 행동 유형을 분석해 수사 방향을 설정하는 프로파일러가 등장하게 된다.



개척자는 고독한 법이다. 발로 뛰던 기존 수사 방식과 전혀 다르게 범죄자를 인터뷰하는 프로파일러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길을 외롭게 걸었다. 극 초반 프로파일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상부의 태도와 이에 따라 지원도 부실해진다. 홀든과 빌이 같은 숙소에 머물면서 "다른 방을 쓰고 싶다"고 넋두리할 정도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하던 홀든과 빌이 인정받고 성장하는 모습도 지켜볼 만하다. 이들의 연구가 범죄자를 잡을 수 있었던 초석이 되고, 여러 기관들의 지원을 받게 된다. 지원을 기반으로 더욱 탄탄한 인터뷰도 가능해졌다. 또 이들의 비전을 알아보는 이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명한 심리학 교수는 교직을 그만두고 이들 팀에 합류하기도 한다. 또 홀든과 빌이 경찰들에게 범죄자의 유형을 막힘없이 설명하는 장면들은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범죄 수사 과정이나 범인 검거에 주안점을 뒀던 기존 수사물과는 결이 다른 작품이다. 기존 수사물들이 범인과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통해 스릴을 형성했다면, '마인드 헌터'는 비주얼적인 장치 없이 오직 대사로 스릴을 만든다. 범죄 과정은 오직 범죄자의 입을 통해서만 묘사된다. 악랄하게 여러 명을 살해한 범죄자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긴장감은 만들어졌다. 여기에 어떻게든 범죄자의 속마음을 들으려는 요원들과 쉽게 말하지 않으려는 범죄자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은 긴장감을 더한다.

또 프로파일러 자체에 집중했다는 점이 기존 수사물과의 차별점이다. 매일 악랄한 범죄자들을 만나 그들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홀든. 그는 범죄자의 수법을 이해하고 그들의 배경을 파악해야 되지만, 공감해선 안 된다는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 선 인물이다. 조금이라도 그 선 밖으로 나갔을 때 자아가 충돌하게 된다. 홀든은 점점 범죄자들의 말투를 닮아가고, 그들처럼 공감 능력이 떨어져 결국 여자친구와 갈등까지 빚게 된다. 범죄자들을 대할 때 비속어를 마구잡이로 사용해 상부의 경고까지 받기도 한다.



이는 시즌1의 마지막 장면에서 폭발한다. 교도소에서 극단적 시도를 한 범죄자를 찾아간 홀든은 그와 자신이 우정을 나눴다는 사실을 깨닫고 극도의 불안을 느낀다. 그 자리에서 큰 충격을 받고 쓰러져 홀든의 모습은 "인간의 악한 성향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홀든에게 이미 악한 성향이 있었지만, 사회적 훈련을 통해 선한 성향에 길들여진 것인지, 아니면 수없이 많은 범죄자와의 대화를 통해 악한 성향이 만들어진 것인지.

◆시식평 : '마인드 헌터'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보면서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어떻게 달랐는지 비교하면 더 재밌습니다.


+ 요약
제목 : 마인드 헌터(Mind Hunter)

장르 : 미스터리, 범죄

국가 : 미국

공개 : 2017년

보는 곳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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