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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희 "금리 상승으로 폐업 리스크 커져…조기경보시스템 확대할 것"

[서경이 만난 사람]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상환유예 재연장으로 곳곳 부실 징후…시나리오별 대응 강화

40년 쌓인 중기 데이터 활용해 '한국형 페이덱스' 구축 주력

AI기반 기업 분석·비대면 보증 등 신보 디지털화 적극 추진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마포프론트원에서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금리가 상승하고 소상공인 폐업이 늘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은 안정적인 운용배수로 운용하고 있지만 산업별·지역별 부실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더 철저히 하려고 합니다.”

윤대희(사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지난 21일 서울 마포프론트원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주요 추진 과제로 코로나19로 확장된 보증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내세웠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를 재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이 조치는 오는 3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다. 경제위기 때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구원투수’로 나섰던 신보 역시 재연장으로 대출 지원 규모가 커지면서 부실 위험도 늘어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윤 이사장은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를) 재연장하지 않고 대출을 회수하면 그로 인한 파장이 중소기업에 더 크게 미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재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소프트랜딩(연착륙)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담=최형욱 금융부장 choihuk@sedaily.com

신보가 지난해 말 집행한 총 보증 잔액은 78조 6000억 원이다. 2019년 52조 2000억 원에서 50%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19로 신보의 문을 두드리는 중기·소상공인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2020년 코로나19로 금융 당국이 ‘175조 원+ α’ 규모의 지원 정책을 펼칠 때 신보가 20%를 넘는 36조 7000억 원의 지원을 맡았다. 신보에서 중기·소상공인의 대출 만기를 연장해준 것도 총 65조 원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이로 인해 출구전략마저 언제 집행될지 요원한 상황에서 신보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 은행권에 위탁해 나간 보증에서는 휴폐업 부실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35억 원에서 2021년 161억 원으로 5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보에서 취급한 직접보증의 휴폐업 부실 규모가 911억 원에서 733억 원으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윤 이사장은 “위기 때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자금 효과가 나지 않는다”면서도 “대신 신보가 하는 보증 운용배수 시뮬레이션에 대해 귀담아듣고 검토해달라고 정부에 전달했다”고 언급했다.

운용배수란 기본 자산 대비 보증 잔액의 배율로 자산에 비해 보증 잔액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부실이 발생할 경우 보증기관이 채무 부담을 떠안게 된다. 1월 말 기준 신보의 운용배수는 9.3배다. 법정 운용배수는 20배로 규정돼 있으나 신보는 시뮬레이션상 운용배수가 15배를 넘길 경우 보증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봤다. 윤 이사장은 “정부에서는 법정 운용배수 20배까지 (보증이) 무한정 나갈 수 있다고 많이 오해한다”며 “저도 공직에 있을 때 운용배수를 높이라고 지시하고 했는데 와서 보니 아니었다”고 전했다.

현재 적정 운영배수로 관리되고 있기는 하나 올해 국내외에서 시장 금리가 오르고 거리 두기로 자영업자의 영업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리스크 관리에 더욱 고삐를 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가 과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와 다른 점도 이 같은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윤 이사장은 "1997년 외환위기는 달러를 메우면 됐고 2008년 금융위기는 불난 쪽(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불을 끄면 됐지만 코로나 위기는 공급·수요 모두 영향을 미쳐 한쪽만 잘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며 "제대로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신보가 부실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기 위해 조기 경보 시스템 탐지 범위를 확대하고 부실 확산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구체화해 징후 포착 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확대된 보증 총량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기 위해 차주에게 충분한 거치 및 상환 기간을 부여하되 초장기 대출 보증과 맞춤형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연착륙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코로나19로 폐업한 소상공인의 재기를 위한 재도전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신규 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마포프론트원에서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윤 이사장은 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신보의 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그는 신보가 40여 년간 축적해온 중소기업 데이터에 주목했다. 중소기업의 재무 정보, 경영자 경력, 거래처 정보 등 민간에서 수집하기 어려운 데이터가 내부에서만 사용되고 외부에 공유되지 않는 데서 새로운 서비스의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중소기업 분야만큼은 국내 제1의 '데이터뱅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이에 따라 신보가 새롭게 선보인 대표 서비스가 바로 ‘한국형 페이덱스’다. 한국형 페이덱스는 기업의 상거래 위험 정보를 모형화해 구간별 점수를 부여하고 기업 심사에 반영하는 신용판별지수 중 하나다. 윤 이사장은 “미국에서는 페이덱스가 180년 넘게 운영돼 대통령을 배출할 정도로 자리 잡았다”며 “신보도 이를 벤치마킹해 재무 성과는 부족하지만 상거래 활동이 우수한 기업을 지원하는 상품을 만들었고 지난해에만 2619억 원의 보증 지원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신보는 이를 위해 신용정보업 면허도 2020년 재취득했다.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의 기업분석시스템(BASA)도 3월 본격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구축하고 있다. BASA는 기업의 상거래 정보, 특허, 고용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기업 현황, 거래처 안정성 등을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정책기관·금융기관은 BASA를 활용해 기업을 분석하고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자가 진단에 BASA를 사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 현장의 애로를 반영해 제도를 개선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신보는 지난해 ‘중소기업 팩토링’ 제도를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아 처음으로 시범 운영했다. 이 제도는 신보가 상거래 매출 채권을 매입해 판매 기업에 자금을 주고 만기일에 구매 기업으로부터 대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기존의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할인어음 등을 이용할 경우 구매 기업이 부도를 내면 판매 기업에 구매 대금을 상환 청구해 연쇄 부도의 부작용이 발생해왔다. 신보는 기업의 신용 정보와 신용 평가를 바탕으로 상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윤 이사장은 “공직에 있으면서 어음 제도의 (이 같은) 문제를 여실히 공감했다”며 “민간 금융사도 일부 하기는 하지만 금리가 높아 기업들이 잘 이용하지 못했는데 신보의 사업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하려 한다”고 했다. 시장에서 제도에 대한 반응도 좋아 신보의 고유 업무로 법제화됐다. 올해 신보는 중소기업 팩토링에 600억 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윤 이사장은 취임 이후 신보의 디지털화에도 속도를 내왔다. 신보 취임 이후 취임식을 생략하고 미래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신보 혁신 5개년 계획을 수립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윤 이사장은 “취임 전부터 중소기업 대표들로부터 신보 보증을 받으려면 신보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취임 이후 전국의 신보 지점을 방문해보니 5~7명의 직원들이 전체 2000~3000개 기업과 거래하고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신규 보증, 보증 연장 시 신보를 방문할 필요가 없고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 비대면 신용보증 플랫폼 서비스는 이 같은 현장 상황에서 비롯됐다. 이 서비스를 이용해 비대면으로 처리된 업무는 2019년 127건에 불과했지만 2020년 15만 9581건, 2021년 17만 3546건으로 껑충 뛰었다.

이 외에도 신보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추진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컨설팅 프로그램을 올해 도입하고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에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수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에 신속하게 보증 지원이 이뤄지도록 올해 ‘가장 앞서가는’ 기술 평가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보는 이미 기술평가기관, 연구개발 유형 벤처 확인 전문 평가기관으로 지정됐다.

현재 윤 이사장은 3년 임기를 마친 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신보를 이끌고 있다. 역대 신보 이사장이 연임된 것은 안택수 전 이사장 이후 두 번째다. 윤 이사장은 “신보는 단일 기관으로 세계 최대의 보증 기관”이라며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관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빈틈없이 업무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e is… △1949년 인천광역시 △인천 제물포고 △서울대 경영학과 △1973년 서울은행 △행정고시(17회) △1991년 경제기획원 국제경제과장 △1998년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 △2004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2005년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비서관 △2007년 제12대 국무조정실장(장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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