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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윤석열, 20분 전 유세 취소…‘반쪽짜리’ 경북 일정

저조한 TK 지지율 다잡으려 한 경북 유세

安과 단일화 결렬에 갑작스런 일정 취소

급히 찾은 포항은 1만 시민으로 인산인해

尹 “부정선거 잘 감시할 것” 사전투표 독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신흥동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후보가 오늘 사정상 유세에 참석하지 못함을 알려드립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대선을 10일 앞둔 27일, 오전 9시 정각으로 예정된 경북 영주 유세를 불과 20분 남기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일정을 취소했다. 야권 단일화 파동이 윤 후보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오후 늦게 포항에 도착한 윤 후보는 유세단에 올라오자마자 특유의 ‘어퍼컷’ 세레모니를 연속 세 번 선보이는 등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저조한 텃밭 민심을 다잡겠다는 본래 목표는 결국 미완에 그치고 말았다.

27일 오전 경북 영주시 번영로에 마련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유세장에 후보 인사를 위한 단상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선대본부 공보단은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후보가 오늘 사정상 유세에 참석하지 못함을 알려드린다.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온다고 거짓말이나 하고…” 꼬여버린 경북 일정
난감한 경북 지역구 의원들, 지지자 향해 단체 큰절


윤 후보가 유세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공지가 8시 40분께 전달되자 영주시 번영로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선대본 관계자들의 눈이 흔들렸다. 기자들이 진위 확인을 요청하자 “상황을 파악 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윤 후보가 서울에서 출발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안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가 이유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만 무성했다.

8시 50분. 윤 후보의 불참을 알리는 뉴스 속보가 떴다. 한 시간 전부터 모여 응원가에 맞춰 율동을 추고 윤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던 지지자 200여 명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유세단 위에 있던 경북 지역구 의원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자는 여전히 “곧 우리 윤석열 후보가 도착하십니다”라고 연신 외쳤다.

박종희 유세기획단장이 “윤 후보가 오늘 새벽에 영주 봉화 우리 구민들을 뵈러 오시려고 했는데 갑자기 중요한 일정이 생겼다”며 소식을 전하자 동요는 더욱 커졌다. 박 단장은 “(윤 후보가) 어제밤에 서울 은평구에서 저녁 7시반에 유세를 마치고 안철수 후보를 만나기 위해서 기다렸는데 안 후보가 호남 유세를 하러 간다고 기차를 타고 가버렸다. 그래서 오늘 하루종일 안 후보를 만나러 다녀야 한다”며 “정권교체가 우리의 목표지 않나. 오늘 (윤 후보를) 보고 싶은 걸 며칠 참아도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일부 인원만 “네”라고 답하는 가운데 지지자들의 수군거림은 계속됐다.

결국 영주를 지역구로 둔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나섰다. 박 의원이 “정말 죄송하다는 마음을 담아서 우리 경북 의원들이 큰절을 올리겠다”고 말한 뒤 5명의 경북 지역 의원들이 단상에서 엎드려 사과했다.

지지자들 대부분은 윤 후보의 불참을 마지못해 수용하는 분위기였지만 불쾌감을 드러내는 인원도 일부 있었다.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 마스크를 한 70대 노인은 “추운데 한 시간 전부터 기다렸다”며 “그런데 온다고 거짓말이나 하고 결국 안 왔다. 우리를 우습게 본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국민의힘은 일정 취소 후 1시간 가량 지난 뒤에야 윤 후보가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알렸다. 기자회견 내용은 예상대로 안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에 관한 내용이었다. 윤 후보는 기자회견 말미에 “아울러 오늘 오전부터 예정된 저의 유세를 기다리고 계셨던 경북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신흥동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尹, 포항서 일정 재개1만 명 인산인해
죽도 시장서 사전투표 독려 즉석 연설도


윤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항으로 향했다. 영주에 이어 안동, 영천, 경산, 경주 유세를 줄줄이 취소한 상황에서 마지막 일정이었던 포항 유세까지 불참할 순 없다는 의지였다. 포항시 북포항우체국 앞 광장에는 경북도당 추산 1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윤 후보를 기다렸다. 15m 폭 도로를 꽉 채운 인파가 100m 가량 늘어섰다. 유세장 인근 3~4층짜리 건물 옥상에 모여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민들도 다수 보였다.



윤 후보다 유세단에 올라선 시각은 오후 5시 8분께.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설을 하고 있는 도중에도 윤 후보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윤 후보는 유세 취소로 실망한 경북도민들의 마음을 달래려는 듯 유세단에 올라서자 마자 ‘어퍼컷’ 세레모니를 연속으로 세 번 선보였다. 지지자들이 윤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자 윤 후보는 두 손을 힘껏 들어 올려 손바닥을 펴거나, 브이(V) 자를 만들거나, 주먹을 쥐는 등 손동작을 수시로 바꿔가며 화답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신흥동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수차례 언급하며 보수 표심에 구애했다. 그는 “포항과 울산에 갈 때마다 늘 생각하는 분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며 “모래 허허벌판에 제철소를 세워서 지금 대한민국이 이만큼 왔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잘한 게 또 있다”며 “우리나라가 중동전쟁으로 인한 유류파동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향후 우리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남권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했다”고도 말했다.

윤 후보는 “여러분의 대통령, 정직한 대통령이 반드시 되겠다”며 약 30분 간의 연설을 마쳤다. 포항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에 자극을 받은 듯 연설 시간은 평소보다 10분 정도 길었다. 윤 후보는 연설을 마친 뒤 시민들을 향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다섯 차례나 하며 애정을 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포항=김남균 기자


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후 처음으로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윤 후보는 포항 죽도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즉석으로 유세차에 올라 “부정선거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당일 투표만 하신다고 하는데 그러면 투표를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에서 공명선거 조직을 총동원해서 제대로 공명하게 선거가 이뤄질도록 감시를 잘하겠다”며 “걱정하지 마시고 사전투표를 해 달라. 저도 첫날 사전투표 하겠다”고 강조했다.

朴 대통령과 비교하면 저조한 TK 지지율


대선 본투표 10일, 사전투표 5일을 남기고 보수 지지층 결집을 노린 윤 후보의 경북 일정은 결국 상당수 일정이 취소되며 반쪽짜리 행사에 그치고 말았다. 이 대표와 함께 타기로 한 정책홍보 열차 ‘열정열차’도 탑승하지 못했다.

윤 후보의 이번 경북 유세 일정은 흔들리는 보수 지지층을 다잡기 위한 성격이 컸다. 실제로 최근 일주일 간 실시된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후보의 TK 지역 지지율은 60% 안팎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TK 지역 평균 득표율인 80.5%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국민의힘이 목표로 한 ‘어게인(Again) 8080’ 달성도 불투명해졌다. 어게인 8080은 2012년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이 TK에서 얻은 투표율 80%, 지지율 80%를 재현하자는 슬로건이다. 윤 후보가 ‘사전투표 부정선거’ 주장에 민감한 보수 지지층들에게 처음으로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낸 것도 조금이라도 투표율과 득표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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