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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점프 커튼콜] “나 절대로 안 죽는다”…이어령 전 장관 암투병 끝 별세

6공화국 때 초대 문화부 장관에 임명돼

2017년 암 발병으로 두 번에 걸쳐 수술

항암치료 대신 집필에 열두


■ 라이프점프 ‘커튼콜’은…

유명 작가 스티븐 킹은 부고 기사를 쇼가 끝난 뒤 배우들이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인사하는 '커튼콜'에 비유했습니다. 부고 기사는 '죽음'이 계기가 되지만 '삶'을 조명하는 글입니다. 라이프점프의 '커튼콜'은 우리 곁을 떠나간 사람들을 추억하고,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되밟아보는 코너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나 절대로 안 죽는다.

언제나 네가 필요할 때 네 곁에서 글 쓰고 말할 거야.”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지난해 출간한 자신의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한 말이다. 여기에는 육체가 사라져도 자신의 말과 생각이 남아있으니 그만큼 더 오래 사는 거라는 그의 생각이 담겨있다. 그러니 절대 안 죽는다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이 전 문화부 장관이 지난 26일 세상을 떠났다. 우리 곁에 그의 말과 글을 남기고 말이다.

이어령 전 장관은 호적상 1934년 충청남도 아산에서 태어났다. 여기에 호적상이란 전제가 부는 데는 사연이 있다. 이 전 장관의 아버지는 이제 막 태어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두 살을 먹는게 안타까워 1934년생으로 출생신고를 했다고 한다. 그는 부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문리대 국문과에 입학하며 이 시대 최고 지성인의 삶을 시작한다. 1960년 동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를 딴 후 1987년 단국대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생의 3분의 1을 문학 공부에 바친 셈이다.

이 전 장관은 문학 공부를 하며 문학평론가이자 언론인, 교수, 시인이자 작가로 활동했다. 언론인 생활은 1960년 서울신문에서 시작했으며, 이후 1972년까지 한국일보, 경향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 주요 언론사에서 논설위원을 지내면서 당대 최고의 논객으로 활약했다. 1966년부터 30여 년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문리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그는 시인이자 작가이기도 했는데, 대표 저서로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1960), ‘축소지향의 일본인’(1984), ‘이것이 한국이다’(1986), ‘세계 지성과의 대화’(1987),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진다’(1997), ‘디지로그’(2006), ‘지성에서 영성으로’(2010), ‘생명이 자본이다’(2013) 등이 있다.

이미지=열림원


이 전 장관은 6공화국 때 문화공보부를 공보처와 문화부로 분리함에 따라 1990년 출범한 문화부의 초대 장관에 임명됐다. 이런 인연으로 지난해 10월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자 조시(弔詩) ‘영전에 바치는 질경이 꽃 하나의 의미’로 추모하기도 했다.

명실상부한 시대의 지성인 이 전 장관의 별세 소식에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장관에 취임한 후 가장 먼저 찾아 뵌 분이 이어령 전 장관”이라며, “장례 절차를 마무리 한 이후에도 문체부는 국민들과 함께 이 전 장관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겠다”고 전했다.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도 “이 전 장관과 도서관과의 인연이 깊다”면서, “도서관이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문학인들의 추모도 이어졌는데, 특히 김진명 소설가는 “한국 지성사에서 나오기 힘든 분”이라며, “이어령 박사는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다방면에 걸쳐 의문을 표시해왔던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령 전 장관은 자신의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영화가 끝나고 ‘the end’ 마크가 찍힐 때마다 나라면 저기에 꽃봉오리를 놓았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면 끝이 난 줄 알았던 그 자리에 누군가 와서 언제든 다시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인생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그를 보내며 ‘끝’이라는 생각 대신 ‘꽃봉오리’를 하나씩 놓아주도록 하자. 그럼 그의 말과 글이 다시 살아나 우리 곁에서 조잘대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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