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학원에 다니며 프로게이머 입문을 준비 중인 A씨. 대회가 며칠 앞으로 다가오자 하루 10시간씩 게임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연습량을 늘린 탓인지 게임 중 손목이 저릿할 때가 많아졌다. 시일이 경과할수록 손목 통증과 저림 증상이 심해지더니 최근에는 마우스를 쥐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고민 끝에 병원을 방문한 A씨는 프로게이머의 직업병 중 하나인 손목터널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 끝에 비수술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e스포츠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프로게이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선호 직업으로 통하는 듯 하다.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로게이머가 희망 직업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아무나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력을 향상시키거나 게임 레벨을 높이기 위해서는 치열한 연습이 필요하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조사한 프로게이머의 일일 평균 연습시간은 12.8시간에 달했다. 프로 지망생의 경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이처럼 엄청난 연습량을 감내해야 하는 프로게이머는 손목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직업 중 하나다. 손을 재빠르게 움직여 클릭하는 과정에서 손목에 자극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손목터널증후군이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터널(수근관)을 감싸고 있는 인대가 두꺼워져 정중 신경이 눌리는 현상을 말한다. 초기에는 정중신경이 지배하는 엄지와 검지, 중지, 손바닥 주변으로 통증 및 저림과 같은 감각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손을 꽉 쥐려고 할 때 타는 듯한 통증이 발생하거나 손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증상 초기에는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손목터널증후군 완치가 가능하지만 증상을 방치해 치료 시기를 놓치면 근육 약화나 마비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수술 후에도 완전한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손가락과 손바닥 부위에 지속적인 통증 및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말고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을 비롯해 약침, 침치료 등 한방통합치료로 손목터널증후군을 치료한다. 먼저 추나요법을 통해 어긋난 손목 관절과 근육, 인대의 위치를 바로잡아 손목과 손목터널 부위의 압력을 낮춘다. 다음으로 근골격계 질환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신바로 약침을 주입해 염증을 제거하고 빠르게 통증을 감소시킨다. 여기에 열결혈, 합곡혈 등 손목 주변 혈자리에 침을 놓아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완화하고 기혈 순환을 돕는다.
손목 부상 예방을 위해서는 손목 사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연습량이 곧 실력으로 이어지는 프로게이머들은 이를 실천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손목 질환은 경기력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인 만큼 스트레칭과 같은 일상 속 관리를 통해 누적된 피로를 자주 풀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움이 되는 스트레칭으로는 돌림판 스트레칭이 있다. 먼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무릎을 세운 후 몸의 긴장을 푼다. 이 상태로 팔을 천장으로 뻗어 주먹을 쥔 다음 손목을 안쪽으로 10회 돌린다. 바깥쪽으로도 동일하게 반복한다. 하루에 3세트씩 꾸준히 하면 손목부터 팔까지 전체적으로 이완돼 손목 부상 방지에 도움이 된다.
e스포츠는 게임을 통해 승부를 겨루는 하나의 스포츠이지만 부상에 대한 경각심은 낮은 경향을 보인다. 직접 몸을 부딪치며 운동하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지략과 전략으로 승부를 보는 특성 탓이다. 하지만 손목 부상으로 인해 은퇴를 결심하는 선수도 많은 만큼 손목 건강관리는 필수다. 실력 향상 뿐 아니라 부상 예방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송주현 노원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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