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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궤도 수정 없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철 밟는다


유가·원자재 가격의 ‘슈퍼스파이크(대폭등)’와 환율 급등이 맞물리며 증시가 급락하는 등 우리나라의 실물·금융시장이 시계 제로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국제 유가는 7일 미국 등의 러시아산 석유 수출 금지 검토 소식에 장중 배럴당 139달러(브렌트유)까지 치솟았다. JP모건은 185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점쳤다. 이달 소비자물가는 4%대에 이르고 연간 성장률은 2%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가 급등과 저성장의 슬로플레이션을 넘어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각오해야 할 처지다. 만일 러시아가 이달 16일쯤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면 위기의 소용돌이는 훨씬 극심해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대증 요법으로 넘길 수 있는 단기 위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적된 구조적 결함과 부실이 결합돼 위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재정 적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물가 대응을 위해 연쇄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자산 거품 붕괴와 부실의 금융 전이라는 악순환이 전개될 수 있다. 오죽하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이 자산 거품이 꺼지기 전 1980년대의 일본과 비슷하다”고 진단했을까. 우리 경제 현실이 급격한 대출 증가로 가계 부채가 늘다가 거품 붕괴로 자산 가치는 사라지고 빚만 남는 과거 일본의 풍경과 다르지 않다고 본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것도 1990년대 중반의 일본과 판박이다.

‘복합 불황’에도 유류세 인하 등 단편적 조치 외에 제대로 된 대책이 없으니 정부의 기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저성장 국면 장기화가 예상되는데도 대선 후보들마저 공돈을 뿌리는 데 골몰하며 거품 경제를 키우고 있다.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교훈 삼아 정책 궤도를 수정해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일자리를 늘리면서 성장·복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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