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008930)가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할 전망이다. 한미약품 창업주 고(故) 임성기 전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50)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물러나고 부인인 송영숙(74) 회장이 단독으로 대표이사를 맡게 된다. 임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 사장직을 유지한 채 해외사업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할 방침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곽태선·신유철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오는 3월 등기임원 임기가 만료되는 임종윤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주총 이후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는 수순이 예상된다.
임 대표는 고 임성기 전 회장의 2남 1녀 중 장남이다. 미국 보스턴대학을 졸업한 뒤 지난 2005년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 동사장(이사회 의장)을 거쳐 2009년 한미약품 이사로 선임됐다. 이듬해 한미약품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자 고 임성기 전 회장과 함께 한미사이언스(옛 한미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한미사이언스는 2016년부터 임 대표 단독 체제를 구축하다 2020년 임성기 회장의 타계 이후 부인 송 회장이 추가되며 모자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임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면 송 회장 단독으로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를 맡게 된다.
11일 기준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11.65%를, 임 대표는 7.88%를 각각 보유 중이다. 임 대표의 동생인 임주현·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의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율은 각각 8.82%·8.41%였다.
임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경영에서 손을 떼더라도 사업회사인 한미약품 사장으로서 등기이사 지위를 유지한다. 임 대표의 한미약품 사장 임기는 2024년 3월 말까지다. 한미약품은 오너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로 우종수·권세창 대표이사 사장이 5년째 이끌고 있다. 같은 날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한미약품은 우종수·이관순 부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올렸다. 대표이사 교체 없이 현 경영진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임 대표는 유럽 한미의 현지화와 중국 사업을 기반으로 사회적 기업 모델을 구축하고,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글로벌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백신 등 해외 연구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며 "미래 먹거리 창출에 매진하고 궁극적으로 거대 시장인 중국 시장에도 집중해 글로벌 한미의 혁신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종윤 대표는 한미사이언스와는 별개로 분자진단 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180400)(구 캔서롭)의 최대 주주이자 사내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해외 기술 자원 투자 기업 코리컴퍼니를 설립해 전 세계 백신 공급이라는 목표로 세워진 한미사이언스 컨소시엄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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