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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男배제 아닌 '女 포함'이 목표"

■작가 겸 사회활동가 리베카 솔닛 인터뷰

40여년 여정 담은 회고록 출간

'비존재' 전락한 여성혐오 초점

"전면적 사회변혁 통한 해법 필요

힘들지만 좌절말고 희망 가져야"





“페미니즘은 젠더 이슈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궁극적으로 보편적 인권의 문제입니다. 페미니즘의 목표는 남성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페미니즘 작가 리베카 솔닛(60·사진)은 최근 첫 회고록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창비)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15일 오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국내 언론과 온라인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솔닛은 이 책에서 가정 폭력에서 벗어나려 성인이 되자마자 집을 떠난 뒤 40년간의 여정을 기록했다. 그는 페미니즘을 물론 문화예술·정치·인권·반핵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작가이자 사회 활동가이다. 권력 관계에서 우위인 남성인 여성을 가르치려 드는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는 개념을 세계적으로 유행시키기도 했다.

솔닛은 책에서 학대나 중독 극복 등 유년기의 개인적 역경을 다룬 일반적인 회고록과는 달리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여성 혐오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누군가가 오로지 젠더만을 이유로 비하하거나 죽이고자 하는 세계에 사는 것이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충분히 쓰고 싶었다”며 “이런 난감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선 전면적 사회 변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책에서 자신도 젊은 시절에 스스로를 세상에 없는 ‘비존재’로 느꼈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위협과 희롱을 당할 위험에 대해 얘기하면 '총을 사라', '더 부자 동네로 이사를 가라' 같은 조언을 받았다"며 "눈에 띄지 말라는 요구를 받는 여성들의 상태를 비존재라는 개념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그는 페미니즘의 목표는 ‘남성 배제’가 아니라 ‘여성 포함’이라고 말했다. 솔닛은 “희망, 자신감, 정의 등의 비물질적인 가치는 유한한 자원처럼 희소한 것이 아니고 무한하다”며 “여성이 원하고 필요한 것을 들어준다고 내(남성) 것을 뺏기는 게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노예제 때 나온 경구처럼 ‘모두가 자유롭지 못하면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남성들도 양육, 가정, 감정 등의 그동안 배제된 영역에서 해방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솔닛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당선 등 한국 사회에 대해서도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실제 국민들 투표에서는 290만 표 정도 차이로 패했다. 한국 당선인도 굉장히 적은 표차로 승리했다고 알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여성 혐오나 인종주의적 메시지를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시키는 극우세력의 조직화된 노력들이 있었다. 한국 남성들도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되는 메시지들의 영향을 받고 조정되는 경험을 하고 있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솔닛은 “미국에서도 경제가 어려워지만 유색 인종 탓으로 돌리는 논리가 팽배해진다”며 “한국 남성들도 경제 불평등, 환경의 문제를 여성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여성과 페니미스트들에게도 “좌절한 필요가 없고 희망을 가져라”고 조언했다. “지금 상황이 너무나 힘들고 끔찍하겠지만 장기적인 그림을 볼 것을 권하고 싶어요. 가부장제 역사가 1000년이 넘지만 지난 50년을 본다면 세계는 굉장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여전히 여성을 공격하고 페미니즘을 반박하는 세력이 있더라도 여성주의 사상 자체를 소멸시킬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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