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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이웃

- 이언주


- 이정록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으니

두부장수는 종을 흔들지 마시고

행상 트럭은 앰프를 꺼주시기 바랍니다

크게 써서 학교 담장에 붙이는 소사 아저씨 뒤통수에다가

담장 옆에 사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한마디씩 날린다

공일날 운동장 한번 빌려준 적 있어

삼백육십오일 스물네 시간 울어대는

학교 종 한번 꺼달란 적 있어

학교 옆에 사는 사람은 두부도 먹지 말란 거여

꽁치며 갈치며 비린 것 한번 맛볼라치면



버스 타고 장터까지 갔다 오란 거여

차비는 학교에서 내줄 거여 도대체

목숨이 뭔지나 알고 분필 잡는 거여

호박넝쿨 몇 개 얹었더니 애들 퇴학시키듯 다 잘라버린 것들이

말 못하는 담벼락 가슴팍에 못질까지 하는 거여

애들이 뭘 보고 배울 거여 이웃이 뭔지

이따위로 가르쳐도 된다는 거여





하하, 어떻게 하면 아이들 공부에 도움 줄까 궁리하던 소사 아저씨, 뜻밖에 크게 한 방 맞았네. 다 그 동네 귀한 자식들 잘되라고 그러는 거라고, 주옥같은 선생님 말씀 한 마디라도 더 듣고 훌륭한 사람 되라고 써 붙인 거라고 변명도 못 하시네.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고, 수학 문제 하나 더 풀고, 앞세우기 시키던 선생님들도 무안하여 내다보던 창 도로 닫으시네. 학교 너머에도 학교가 있었네. 학교 담벼락 너머에도 선생님들이 있었네. 소사 아저씨 안 됐지만, 담장 옆 아줌마 아저씨들 말씀이 차지게 고소하네. 학교 종을 껐는지, 차비를 내줬는지 안 물어봐도 알겠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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