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나라의 얼굴이니, 집무실이 옮겨오면 정비도 되고 동네 이미지도 좋아지지 않을까요?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기대 반 우려 반이긴 하지만요.”(서울 용산구 삼계탕집 사장 한정림씨)
“용산이 기지촌, 집창촌 이미지도 벗어나고 관광 명소가 돼 사람들도 많이 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동네 분위기가 개선될 거라고 기대 합니다.”(서울 용산구 A공인중개사 대표 박모씨)
21일 서울경제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골목은 들썩이는 여론과 달리 한적했다. 재개발이 오랜 기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삼각지 대구탕 골목과 건너편에 높게 들어선 청년주택이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국방부 청사 앞 거리에는 공인중개사가 줄지어 들어서 있었다. 사무실 유리에는 ‘재개발’이라는 글씨를 크게 써 붙여둔 곳이 많았다. 가게 밖에 나와 상인과 주민들이 나누는 대화에는 청와대 집무실 이전과 윤석열 당선인에 관한 이야기가 속속 들려왔다.
“대통령 상징성 있는데”…낙후 지역 개선 기대
용산 주민들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계기로 낙후된 이 일대 지역이 정비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국방부 청사 인근 삼각맨션 재개발 지구는 오랜 기간 정비 사업추진을 기다려왔다. 재개발 이야기가 계속 나왔지만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한 탓에 건물과 거리 외관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이 많았던 곳이다.
국방부 청사 앞에서 32년 동안 삼계탕 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정림(69)씨는 “워낙 동네가 낙후돼서 대통령이 온다고 하면 깔끔하게 정비는 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50년 넘은 삼각맨션 아파트와 10년이 넘어 외관이 낡은 건물들이 정비되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나타났다. 인근에서 B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70대 사장 김모씨도 “용산이 개발 된다는 얘기는 원래도 많았다”며 “대통령이 온다고 하면 더 빠르게 이미지도 좋아지고 용산 공원에 사람들도 많이 오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개발에 미치는 영향 크지 않을 것...규제 강화도 걱정 없어
일부 주민들은 집무실 이전이 재개발 진행에 미칠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방부 청사 인근 C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50대 강모씨는 “집무실 이전이 재개발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거라고 본다”며 “이미 진행될 곳은 되고 있고, 수익성이 없는 곳은 안 되는 것 아닌가”라며 집무실 이전으로 인한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사 앞 대구탕 골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김모씨는 “대체 여기 재개발이 언제 되는 건지는 우리도 모르겠다”며 집무실 이전이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집무실 이전으로 인해 용산 지역 규제가 강화되리라는 우려도 크지 않다는 시각이 많았다. A공인중개사 대표 박모(40)씨는 “윤석열 당선인이 용적률을 낮추는 등 추가 규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우선은 안심한다”며 “재개발이 되면 집 하나에 30억원 가량 하는데 용적률을 낮춘다고 하면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계획이 바뀔 수도 있으니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B공인중개사 사장 김모씨도 “원래도 국방부가 있었기 때문에 규제가 있는 지역이었다”며 “집무실이 옮겨온다고 해서 규제가 더 생길 거라는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삼계탕집 사장 한씨도 “원래 개발제한구역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온다고 해서 더 제한될 것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졸속 추진 걱정...이유 납득 안 가” 우려도
집무실 이전이 빠르게 추진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우려를 내비치는 주민들도 있었다. 당선인이 밝힌 내용을 그대로 지킬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불안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공인중개사 박씨는 “문 정부 부동산 정책에 실망해 윤석열을 찍었다”면서도 “국방부를 택한 합당한 이유가 없는데도 졸속으로 처리하는 걸 보니 앞으로 어떻게 할까 걱정 된다”고 우려했다. 또 “지금은 추가 규제가 없다고 하지만 바뀔지도 모르니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며 우려했다. 삼계탕집 사장 한씨 또한 “환경 정비가 될 것 같아 기대는 된다"면서도 "절차가 너무 빨리 진행돼 제대로 추진이 될 지 걱정 되긴 한다”고 말했다.
각종 호재에…아파트 매물 감소도 뚜렷
한편 용산 집주인들은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집무실 이전이 부동산 시세 측면에서 호재냐 악재냐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단 시장에선 ‘상승 요인’으로 보는 시각이 더 강하다는 신호다.
22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용산구의 아파트 매물은 882건이다. 대선 다음날인 10일 921건과 비교하면 4.3%(39건) 감소했다. 감소폭이 같은 기간 서울 25개 자치구 중 1위다. 매물이 줄어든 만큼 용산구 내 아파트 거래량도 크게 축소됐다.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신고된 매매건수가 5건에 불과하다. 이는 25개 자치구 중 18위다.
집무실 이전에 따른 또다른 호재로는 용산공원 개발이 꼽힌다. 용산공원 개발은 지난 10여년간 제자리걸음을 반복해왔고 현 정부 들어 해당 부지에 임대 아파트를 짓자는 안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용산 시대’ 개막으로 공원 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