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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 맴돌던 K미술 '글로벌 톱5' 획 긋다

◆아트바젤&UBS 아트마켓 '아트마켓 2022' 보고서

기타국 분류서 벗어나 단독 등장

고가 블루칩 작품 쏟아지며 팽창

시장 커지자 글로벌 화랑 진출도





‘미술시장 1조원 시대’를 눈앞에 둔 한국이 세계 미술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세계 최정상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이 글로벌 금융그룹 UBS와 공동으로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아트마켓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전후 현대미술(Post War & Contemporary Art) 경매시장에서 한국이 시장점유율 5위(2%)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매년 발간되는 이 보고서에서 ‘기타국가’로 포함됐던 한국이 단독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 보고서가 집계한 지난해 전후 현대미술의 경매 거래액은 약 67억달러(약 8조 2000억원), 인상주의 미술은 18억 달러(2조2000억원) 규모로 거래됐다. 가장 왕성한 거래량(56%)을 보이는 전후 현대미술 경매에서 매출액 상위 국가는 미국이며, 거래액으로 본 시장 점유율은 47%였다. 중국이 2위(24%)로 그 뒤를 이었고 영국(13%), 프랑스(6%) 순으로 파악됐다. 한국은 다섯 번째로 많은 5위(2%)였다. 미미한 비중이기는 하나, 미술시장 변방국이던 한국이 두각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아트바젤과 더불어 세계 최정상 아트페어로 자리잡은 프리즈(Frieze)가 오는 9월 서울에서의 개최를 확정했고 페이스·리만머핀·페로탱 등 굴지의 글로벌 화랑을 포함해 타데우스 로팍·글래드스톤 갤러리 등 세계적 갤러리가 연달아 서울 분점을 여는 것과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한국은 특히 현대미술 부문에서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덜 보수적이고, 신규 유입된 미술 수요자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외국 화랑들도 이를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개막해 20일까지 열린 '화랑미술제'는 전년 매출의 2배를 웃도는 177억원의 사상 최대 판매고를 기록했다. /사진제공=한국화랑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거래금액 면에서는 한국이 두각을 보이고 있으나, 거래 작품 수 측면에서는 미국과 프랑스, 영국과 이탈리아, 중국에 비해 저조하다. 이에 대해 주연화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거래액 대비 거래량이 적다는 것은 수요의 상당수가 고가의 블루칩 작품에 쏠려있음을 의미한다”면서 “미국도 거래액은 47%지만 거래량이 22%로, 한국처럼 블루칩 투자 위주로 미술시장이 형성됐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컬렉터 분석에서도 한국은 미술품을 구입한 고액 자산가 비중이 전년 대비 46% 증가한 국가였으며, 이는 인도에 이은 2번째 높은 증가율이었다.

한편 국가별 현대미술시장 점유율에서는 ‘문화강국’이던 영국의 지속적인 하락세가 눈에 띈다. 주 교수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이후 시장 영향력을 미국에게 내어준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정부의 정책이 미술시장 활성화 및 국제 경쟁력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이 보고서가 집계한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 거래 총액(골동품 포함)은 651억달러(약 78조 8000억원)였다. 이는 코로나19로 위축된 2020년의 거래 총액보다 29% 증가한 수치다. 그 중 경매시장 거래 총액은 약 263억 달러(약 32조원)이며 전년 대비 47%의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보고서는 초고가 블루칩 미술품 거래의 호조세와 신규 구매자 유입을 강한 반등의 요인으로 지목했다. 디지털 아트의 일종인 NFT미술품에 대한 관심 증가, MZ세대의 신규 진입과 그 영향력 확대 등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한편 한국 미술시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3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며 9223억원(예술경영지원센터 집계)을 기록해 ‘1조원 시장’을 눈 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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