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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융감독 개혁 시급하다

남주하(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기재부에 금융정책 권한 넘기고

금융감독 전담 금감위 설립 필요

금융소비자보호원 독립 추진 등

새 정부, 정치금융 뿌리 뽑아야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현재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를 선정하기 위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활동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금융 산업의 발전과 금융 소비자 보호와 관련해 주요 국정 과제로 선정된 어젠다가 없다는 사실이 큰 실망과 아쉬움을 주고 있다. 산업의 고도화를 추구한다면서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과제가 없고, 서민을 위한 정부를 추구하면서도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새로운 정책들이 없다면 당선인의 진정성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 산업 발전과 금융 소비자들에 대한 보호 장치 없이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서민들의 후생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역사적 진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최근 라임 펀드 및 옵티머스 펀드 사기, 대형 금융회사들의 취약한 지배 구조 및 지나친 금리 인상,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금융 공급 부족 등으로 금융 부문의 시장 규율은 땅에 떨어졌고 금융 소비자들의 권익과 후생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점들의 주요 원인으로는 금융 감독 체계가 취약하고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가 미흡해 그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으로, 이와 관련한 금융 개혁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금융 개혁 과제는 구체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워 금융 개혁의 의지에 대한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금융 개혁을 위해서는 먼저 금융정책과 금융 감독 정책의 이해 상충을 막기 위해 현재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은 기획재정부에 넘겨주고 금융 감독 정책만 전담하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설립이 필요하다. 금융감독위원회 산하에 미시 건전성 금융 감독을 집행하는 금융감독원을 두고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과 금융감독원 원장을 동일인이 맡음으로써 감독 정책 및 집행의 효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금융 감독 기관의 권위가 크게 실추된 상황에서 시장 규율은 작동되기 어렵고 정치 금융만 조장하는 최근 현실로부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이러한 잘못된 현재의 금융 감독 체계는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시작됐으나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도 개선되지 않아 금융 산업과 금융시장의 질서는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정책이 금융위원회에서 기재부로 이관된다면 기재부의 예산 부문은 분리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 법적으로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설립도 중요하다. 금융 소비자 보호는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위원회와 별도의 조직이어야 미시 건전성 감독과 금융 소비자 보호 사이의 이해 상충을 피하면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다. 금융 소비자의 보호와 중저신용자들의 권익을 주장하면서도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설립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앞뒤 이치가 맞지 않는 자기모순에 빠진 꼴밖에 안 된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으로 독립된 별도의 기구를 설립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금융 부문의 대수술 없이는 최근에 발생한 금융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대통령을 포함한 수많은 정치인들이 금융 산업의 미래와 금융 소비자의 보호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정부조직법 개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개선은 없고 정치적 구호에 그치고 있다. 산재한 개혁 과제들 중에서 우선순위를 선정하기가 쉽지 않고 정부조직법의 국회 통과도 힘든 과정이지만 국회를 설득해서라도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시급하고도 중요한 국정 과제이다. 앞으로 인수위 활동 기간 중에라도 금융 감독 체계 개편과 금융 소비자 보호 장치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주요 국정 과제로의 선택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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