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전격 발탁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대기업 수사 등 사회적으로 관심을 끄는 사건에서 두각을 나타내 유명해졌다. 검찰 내부에서 손꼽히는 ‘특수통’이자 ‘윤석열 사단’의 대표 주자다. ‘채널A 사건’에서 무혐의를 받자마자 법무부 장관으로 화려한 복귀를 예고했다. 역대 가장 어린 나이로 검사장이 됐던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최연소 법무부 장관’ 타이틀도 달게 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래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이나 현대차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삼성그룹 수사 등 주요 부패 수사에서 활약해왔다. 평검사 시절인 2003년에는 대선 자금 수사의 실마리가 된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수사팀에 참여해 최태원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2006년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팀에서 10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하는 데 참여했다. 2016년에는 국정 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서 삼성그룹 수사에 참여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피의자 조사를 직접 맡고 그를 구속 기소했다.
윤 당선인과도 인연이 깊어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의 일원으로 불린다. 한 후보자는 대검 중수부 시절부터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등에 참여해 윤 당선인과 손발을 맞춰왔다. 윤 당선인이 수사팀장을 맡았던 국정 농단 특검팀에서도 일했고 이후 윤 당선인이 총장으로 취임한 후에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았다. 윤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와 갈등을 빚게 된 계기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을 수사 지휘하다 2020년 1월에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한 후보자에게 또 한 번의 위기가 된 것은 같은 해 4월 불거진 이른바 ‘채널A 사건’이다. 이동재 당시 채널A 기자가 한 후보자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측인 ‘제보자X’에게 유시민 전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의혹을 제보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 골자다. 이어진 인사에서 그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연달아 좌천됐지만 수사팀은 이달 6일 “공모 정황이 없다”며 2년 만에 ‘무혐의 처분’을 결정했다. 한 검사장은 수사 발표 직후 “지극히 상식적인 결정이 지극히 늦게 나왔다”며 “2년 동안 집권 세력은 조국 수사 등 정당한 직무 수행을 한 저에게 보복하고 자기들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 삼아 겁주려고 친정권 검찰, 어용 언론·단체·지식인을 총동원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 한 검사장을 두고 “이 정권에서 피해를 많이 봤기에 서울중앙지검장을 하면 안 되는 것인가. 거의 독립운동하듯 해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한 후보자가 윤 당선인의 언급대로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루된 ‘성남FC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장으로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기수 차이를 훌쩍 넘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목되자 검찰 내부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며 “이번 지목으로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어떤 영향이 갈지 다들 궁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약력
△1973년 서울 △서울 현대고 △서울대 법대 공법학과 △사법고시 37회(사법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검 검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대검 정책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 △검찰총장직속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제2팀장(부장검사) △국정농단 사건 특검 파견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부산고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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