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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박형준에 맞서는 ‘다윗’ 변성완[정상훈의 지방방송]

<4>부산시장…김해영 불출마·김영춘 정계은퇴

오거돈 사퇴 이후 권한대행…박형준과 맞서

“하고 싶은 사람 해야 시너지”…40% 달성할까


학창시절에 ‘지방방송 꺼라’는 말 좀 들은 편입니다.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었단 뜻이겠죠. 그때 다 하지 못한 지방방송을 다시 켜려고 합니다. 우리 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얘기를 얇고 넓게 훑어보겠습니다. 지방방송의 볼륨을 조금만 키워보겠다는 생각입니다.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 / 서울경제 DB




1990년 3당 합당 이후 부산은 그야말로 보수의 텃밭이 됐습니다. ‘우리가 남이가’로 똘똘 뭉친 PK(부산·울산·경남) 정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도 뚫을 수가 없었습니다. 민주당에게 철옹성 같았던 부산의 벽을 넘은 이가 오거돈 전 부산시장입니다. 무려 네 번(보궐선거 포함)의 도전 끝에 얻은 성과였습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이 불명예스러운 사건으로 자진사퇴를 하면서 부산은 다시 보수의 땅이 됐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도 부산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인 박형준 현 시장이 무난하게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부산 시민들의 일반적인 분석도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에 시장 후보를 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민주당이 내세운 카드는 오 전 시장 사퇴 이후 권한대행으로 부산시정을 이끌었던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입니다.

사실 변 전 대행이 민주당의 부산시장 후보로 단수공천 받은 데에는 유력 후보들이 정계은퇴를 하거나 불출마를 선택한 탓이 큽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거물급 인사를 전략공천하거나 치열한 경선을 통해 불리한 선거 구도를 넘어설 발판을 마련하고 싶었겠죠.

우선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고 대선 후보군으로도 분류됐던 김영춘 전 의원이 있었지만 지난달 “정치인의 생활을 청산하고 국민 속으로 돌아가려 한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부산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고, 1년 전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로 등판했던 만큼 이번에도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실 김 전 의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정계은퇴를 생각해왔다고 합니다.

20대 국회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바른 정치인’ 이미지를 쌓아온 김해영 전 의원도 출마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40대(1977년생)의 젊음, 호감형의 외모, 그리고 중앙정치에서도 꿇리지 않은 의정활동을 보였던 만큼 출마 권유가 이어졌지만 김 전 의원을 설득시키지는 못했습니다.

박재호·전재수·최인호 등 현역의원 차출론도 제기됐지만, 불리한 선거 구도에서 한 석이라도 더 지켜야 한다는 전략적인 판단이 더 힘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모두가 출마를 주저하던 상황에서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진 이가 바로 변 전 대행입니다.



지난해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부산광역시장 예비후보 합동기자회견에서 (왼쪽부터) 박인영·김영춘·변성완 예비후보(가운데)가 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욱 기자


변 전 대행은 30년 가까이 주로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관료 생활을 한 인물입니다. 일반 시민들에게 그리 알려진 사람은 아닙니다.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부산 지역에서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던 민주당은 고위 관료를 중심으로 새 인물 찾기에 나섰는데, 그때 영입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조금씩 이름을 알렸습니다. 부산 출신으로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가 밝고, 업무 추진력이 높은 점이 평가를 받은 것입니다.

행정부시장으로서 부산시정을 뒷받침하던 변 전 대행에게 오 전 시장의 사퇴는 그를 정치인으로 이끈 계기가 됐습니다. 11개월 가까이 시정 공백을 안정적으로 메우면서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으로 급부상한 것입니다.

결국 변 전 대행은 보궐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권한대행을 사퇴, 민주당에 입당하며 정치인으로의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의전행정관을 지냈고, 부인이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을 지냈던 만큼 그 또한 민주당을 택한 것입니다. 그의 첫 정치 도전은 경선에서 김영춘 전 의원에게 패하면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물론 변 전 대행은 판세 면에서도, 인지도 면에서도 상대 후보인 박형준 시장에게 많이 밀리는 게 사실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당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그의 ‘강한 의지’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부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 민주당 의원은 “선거는 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 같이 뛰는 사람들도 신이 나고, 시너지 효과도 난다”며 “변 전 대행은 누구보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40% 득표율도 기대할만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김영춘 후보는 34.42%의 득표율을 얻었고,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부산 득표율은 38.15%였습니다. 종합적인 상황으로 볼 때 변 전 대행이 앞선 두 번의 선거보다 높은 득표율을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과연 변 전 대행의 ‘강한 의지’가 사고를 칠 수 있을지 주목해볼만 합니다. 한편, 변 전 대행은 17일 부산시민공원에서 진행하는 출마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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