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세 자녀가 해외 유학생활 기간에 사립학교를 다니며 20억 원이 넘는 학비를 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차녀에 대해 ‘독립 생계’를 이유로 재산신고를 거부한 가운데 인사혁신처는 고지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혀 추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일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창용 후보자의 세 자녀가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으로 지출한 금액은 최소 2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후보자의 세 자녀는 모두 해외 사립학교를 다녔다. 다만 장녀는 국내에서 중학교를 졸업했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장녀와 차녀가 졸업한 월넛 힐 예술학교(고등학교)의 등록금은 5만8000달러~8만5000달러, 장남이 졸업한 세인트 제임스 스쿨은 4만4000달러~6만5000달러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세 자녀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모두 미국 사립대학에 진학했다. 차녀와 장남은 중학교도 해외 국제학교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세 자녀 학교 등록금으로 168만 달러(40만 달러 기숙사비 포함)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후보자가 차녀에 대한 독립생계를 이유로 한 재산신고사항을 고지 거부한 것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차녀가 최근 1년 간 부모와 독립해 해외에서 거주했고 1년 간 소득의 월 평균액이 독립생계 소득 기준을 충족했다는 이유로 이 후보자는 고지를 거부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이 후보의 차녀는 ‘최소 1년간 근무를 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고지거부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정일영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직계비속의 독립생계 여부를 판단할 때 소득활동이 최소 1년간 유지되고 정기소득의 월 평균 금액이 소득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이 후보자는 근무 시작일이나 급여수준이 유사한 장남에 대해서는 재산을 공개해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정일영 의원은 “후보자의 세 자녀 모두 교육을 대부분 미국 등 해외에서 받았고, 모두 상당한 수준의 교육비가 드는 사립학교였다”면서 “단순 수업료와 기숙사비만 합산해도 10여년간 약 20억원이 넘는 교육비가 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장학금 등의 혜택을 받았다 하여도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행 수장으로서 서민의 삶을 이해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