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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만의 '자기객관화'…평범한 일상도 특별해진다

[리뷰] 영화 ‘소설가의 영화’

영화 ‘소설가의 영화’ 스틸컷. 사진 제공=영화제작 전원사




길을 가다 우연히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 대화를 이어간다. 때로는 술도 거나하게 마신다. 홍상수 감독이 25년 넘게 만들어 온 영화 모두 이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신작 ‘소설가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번엔 좀더 많이 들어간 자전적 요소, 배우 이혜영의 연기가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영화는 소설가 준희(이혜영)가 잠적한 후배 세원(서영화)이 운영하는 서울 근교 도시의 서점을 찾으며 시작한다. 준희는 세원, 책방 일을 돕는 현우(박미소)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뒤 근처 전망대에 갔다가 영화감독 효진(권해효)와 그의 아내(조윤희)를 만나고, 함께 근처 공원을 산책하다가 유명 배우 길수(김민희)와 마주한다. 준희는 길수에게 함께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하고, 같이 식사를 하다가 세원의 서점에서 선배 시인(기주봉)과 벌어진 술자리에 합류한다.

전작들과 비슷하게 ‘일상 속 반복과 그 와중의 미세한 변주’라는 이야기 흐름을 가져가지만, 홍 감독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를 가져온다. 전작들에서도 배우들의 입을 빌어 자신의 생각을 말하거나 개인적 상황을 설명했지만, 이번엔 더 많다. 준희의 “내가 찍고 싶은 게 다큐멘터리는 아니예요. 나는 그냥 이야기가 있는 영화를 만들 거예요”나 “좋아하는 배우를 가장 편한 상태에 놓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모습을 온전히 기록해 보고 싶다”는 대사는 홍 감독 자신이 대중에게 하는 말로 들린다. 심지어 마지막엔 극중에서 만든 단편영화의 일부까지 ‘영화 속 영화’로 나온다. 독특한 자기객관화의 시도라 할 만 한데, 영화 속 영화를 다 본 뒤 배우가 드러낸 표정은 현실에서 관객들이 홍 감독의 영화를 처음 볼 때의 느낌을 연상시킨다.



영화 ‘소설가의 영화’ 스틸컷. 사진 제공=영화제작 전원사


그리고 이런 시도가 더 재미를 줄 수 있는 건 영화를 이끄는 배우 이혜영의 존재감이다. 이혜영은 작년 ‘당신 얼굴 앞에서’에 이은 홍 감독과의 두 번째 작업인 만큼 영화 속에 녹아들어갔다. 카랑카랑한 특유의 목소리 톤과 연기 스타일 같은 대중이 잘 아는 특징이 도드라지면서도 영화 속 분위기나 다른 배우와 충돌하기보다 새로운 활력을 준다. 극중 인물들이 여러 차례 준희를 향해 “카리스마 있다”고 말하는 건 이혜영을 향한 발언으로 들린다.

‘소설가의 영화’는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은곰상(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독일 권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이 작품에 대해 “홍 감독 영화는 평범함과 고귀함 사이의 경계 위에서 균형을 잡는다”며 “과거 작가주의 영화와 구분되며 그의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지점”이라고 말했다. 상영시간 92분,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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